■ ‘마트 강제휴업’ 이어 착한규제냐 시장왜곡이냐 논란
소비할 때 정의와 경쟁력 중 어느 것을 고려해 선택해야 할까.
서울 성북구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기업 등 ‘사회적경제제품’ 우선 구매를 명시한 조례를 제정한다. 이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을 정한 조례처럼 착한 규제인가, 시장 왜곡인가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성북구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사회적경제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조례’를 17일까지 입법 예고했다. 다음 달 10일 성북구의회가 열리면 이를 통과시킬 방침이다. 사회적경제제품이란 취약계층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생산한 물품을 뜻한다. 기존 장애인기업이나 중소기업 생산 제품보다 포괄적인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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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이 입찰에 들어오면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 기업들의 제품 구매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도 공공기관의 사회적기업 제품 구매 명세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처럼 대기업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 정책적 배려가 확산되는 추세지만 내부 지침으로 정한 것일 뿐 법제화한 것은 성북구가 처음이다.
성북구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비를 촉진하는 ‘너지’(nudge·작은 시도로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의미) 정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회적인 개입을 통해 취약계층 고용 같은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지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이나 용역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면 이 기업들이 자생력을 갖추고 시장 경쟁이 가능할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는 7월 법안이 시행되면 올해에만 10억 원 정도 사회적경제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조례안에는 사회적경제제품 우선 구매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는 상위법(지자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과 충돌하지 않는 2000만 원 이하 용역이나 제품 구매를 할 경우 사회적경제제품을 사야 한다. 매년 구매 계획과 실적을 보고하도록 했다. 사회적경제제품 구매지원센터도 설치한다.
○ 착한 규제냐, 시장 왜곡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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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급한 법제화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공공기관이 제품 구매에 ‘품질’보다 ‘정의’를 앞세울 경우 시장을 왜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SSM 규제 조례도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백화점에 소비자가 몰리고 농가가 피해를 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 감시단장(건설경제연구소장)은 “사회적기업에 대한 배려가 분명히 필요하지만 일반기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품 구매 과정의 투명성도 논란거리다. 특히 이번 조례는 구청장이 직접 사회적경제제품을 지정할 수 있다. 성북구는 사회적경제제품 구매에는 2000만 원 이상인 제품이나 용역도 구청장이 재량권을 가질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