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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日사회 문제화된 등교거부 아이들 섬에서 희망찾기

입력 | 2012-05-26 03:00:00

日 ‘재생의 섬’




4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는 일본에서는 해마다 5월이 되면 아이들의 등교거부(후토코·不登校) 관련 기사와 전문가 인터뷰가 넘쳐난다. 개학 한 달이 지나면서 새로운 친구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0년에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손녀인 아이코(愛子·당시 8세) 공주가 ‘집단 따돌림(이지메)’ 때문에 5일간 등교를 거부해 왕실이 발칵 뒤집혔다. 등교거부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학생들의 집에 가서 수업을 하는 가정교사 전문 업체가 생겨날 정도다.

그런데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을 ‘재생’시키는 섬이 있다고 한다. 논픽션 작가인 오쿠노 슈지(奧野修司)는 최근 내놓은 ‘등교거부 아이, 재생의 섬’(분게이슌주)에서 4년간 현장취재를 통해 들여다본 이 섬의 비밀을 소개했다. 섬의 이름은 구다카(久高). 오키나와에서 배로 20∼30분 떨어진 인구 260명의 작은 낙도다.

이야기는 사카모토 세이지(坂本淸治) 씨가 2001년 섬 남쪽에 세운 ‘유학센터’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1960년생인 사카모토 씨는 요코하마에서 태어났지만 일본 식량문제에 대한 위기감에서 오키나와의 류큐대 농학부에 진학했다. 이후 전국 각지와 인도를 여행한 뒤 ‘자본주의를 대신할 다음 사회의 주역을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섬에 유학센터를 세우게 됐다.

이 센터에는 전국에서 모인 초중학생 10여 명이 있다. 대부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등교를 거부하다 온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유학센터에서 섬과 자연에 동화돼 간다. 편의점도, 오락실도, TV도 없는 이 섬에 살며 아이들은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렇다고 격리생활을 하는 합숙소 같은 곳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섬의 학교에 다니고 섬 축제에 참가하며 섬 주민들의 농사일도 돕는다. 대부분 노인들인 섬 주민들은 아이들을 손자 손녀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 이야기를 건네고 집으로 초대하는 등 섬 전체가 하나가 돼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다.

유학센터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스태프의 면면도 이채롭다. 사카모토 씨 외에 세계 트라이애슬론 우승 경험이 있는 만능 스포츠맨, 세계 각지를 걸어서 여행한 여장부, 엄마 역할을 하는 자상한 누나까지 3명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고 새로운 삶을 지탱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회복한다. 달리기를 겁내던 아이가 섬 내 3000m 달리기를 완주하는 모습이 이를 잘 설명한다.

사카모토 씨는 말한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부모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부모가 눈치채고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의 문제 행동은 계속 반복된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