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업소 출연’ 슬픈 홍보
가수 김장훈은 “올해 말까지 밤무대 공연을 30∼40개 하는 게 목표”라며 “이르면 6월 초부터 공연에 나선다. 나 잘 먹자고 하는 것 아니니 서글프지 않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김장훈은 “부채가 7억 원을 넘었다. 올해 제가 좀 미쳤나보다.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올 들어 그는 ‘일’을 여럿 벌였다. 중증장애아동병원건립을 위한 꽃배달 사업에 투자하고, 전국 대학을 돌며 공연을 보여주고 1000원짜리 도시락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어려운 형편의 학생에게 등록금을 전달하는 ‘도시락데이’(이상 진행 중), 이 밖에도 연평도 평화를 기원하는 방문 콘서트인 ‘연평 아리랑’ 행사(6월 5일), 뉴욕타임스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광고 게재(6월 초 예정)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이나 국가 홍보에 자비를 쏟아 붓고있다. 밤무대 출연 결심은 이러다가 불어난 부채를 줄이고 공익 활동에대한 관심도 환기하기 위해서다.
그는 “5월 한 달 동안 20여 개의 대학 축제 출연과 여러 기업 행사를 돌았지만 부채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더라”며 “이왕 (밤무대 출연을) 하게 된 거, 이유를 밝히고 떳떳이 하고 싶었다. 널리 알려 달라”고 했다. 그는 “요즘 경기 탓에 ‘나이트 사장님’들도 어렵지 않겠냐. 출연료도 비싸게 받지 않고 1시간짜리 김장훈 콘서트를 보여주듯 화끈하게 놀아보겠다”고도 했다.지금까지 마지막 밤무대 출연을 그는 4년여 전 일로 기억했다.
무대에 대한 달라진 생각도 부담 없이 밤무대 출연을 받아들인 이유가 됐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부터 클럽까지, 대학생부터 아줌마와 청소년 행사까지 다양하게 다니다 보니 깨닫게 된 거예요. 무대란 어느 무대든 그저 똑같은 무대일 뿐이라고요.”
다양한 사회활동에 더해 가수 활동도 이어가겠다고 그는 말했다. 8월 말경 정규 10집 음반을 내고 연말에는 콘서트 투어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객이 전도되지 않도록 가수로서 본분도 지키겠다”고도 했다.
전화기 너머로 “나를 불러 달라” “널리 알려 달라”는 말을 반복하던 그는 “밤무대에서 취객들과 노는 것도 그 나름대로 재밌을 것”이라며 “손님들도 술 한잔하시면서 뭔가 사회를 돕는 일도 하는 것 같아 뿌듯해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간혹 객석으로 손을 뻗으면 너무 격하게 잡아당기는 취객이 계셔서 (미끄러지라고) 손에 오일 성분 잔뜩 든 로션 바르고 (업소 무대에) 오르기도 했어요. 설레요. 재밌을 것 같고. 아, 이번에 오일 로션 한 통 또사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