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 黨대표 부산 경선
가슴을 쓸어내린 이 후보 측은 애써 담담한 모습이다. 이번 승리를 계기로 다시 ‘이해찬 대세론’이 부활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 후보 측 김현 대변인은 “총선의 아쉬운 패배를 딛고 대선에서의 희망을 찾으려는 당원들의 뜻과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정권교체의 진원지가 부산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후보가 체면유지는 했지만, 김 후보의 득표력 또한 다시 확인된 만큼 ‘이해찬 대세론’이 되살아났다고 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후보 측은 열세지역인 부산에서 이 후보에게 크게 뒤지진 않은 만큼 수도권 등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는 “어려웠지만 선방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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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8명의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일제히 ‘노무현 정신’을 강조했다. 부산이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3주기(23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김 두 후보 간 공방은 전날 울산 경선 때보다 한층 격렬했다. 김 후보는 “요즘 소위 ‘친노’라는 이름으로 정치를 하면서, 밀실에서 반칙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역할 분담론을 내건 이 후보를 조준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는데 호남이 원내대표, 충청도가 당대표를 하자고 한다”며 ‘이-박 연대 때리기’를 계속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와 부산·경남 출신의 당내 대선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과의 틈 벌리기를 꾀했다. 그는 “문 고문은 밀실담합(이-박 연대)의 피해자다. 밀실담합의 각본대로 대표가 결정되면 억울하지만 문 고문도 그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후보는 “제가 당대표가 된다면 공정성 논란도 없을 것이고, 문 고문이 비판받는 일도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발끈했다. 그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저와 함께할 동료들과 가슴에 맺히는 일 안 하겠다고 해서 참고 또 참았다”고 운을 뗀 뒤 “김 후보는 2007년 2월 ‘노무현의 실험은 끝났다’며 의원 23명을 끌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던 사람”이라고 김 후보의 과거를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어 “김 후보는 2008년 1월 정계은퇴를 하면서 ‘오만과 독선의 노무현 프레임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며 대선 패배 책임을 노 전 대통령 탓으로 돌린 사람”이라며 “위선과 거짓에 찬 사람이 정통 민주당의 대표가 돼서야 어떻게 우리가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나”라고 비판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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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후보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통합진보당과 안철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적 좌표와 위상이 같은 방향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 박지원 “안철수가 더 많은 지지 받으면 우리가 양보해야”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부산 경선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박영선 의원(경남 창녕), 조국 교수(부산) 등 요즘 유명한 인물은 다 PK(부산·경남) 출신이다. 다음에는 PK 정권이 들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TK) 출신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이자 야권의 대선주자군인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이 모두 PK 출신이란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발언은 PK 대선주자인 문 고문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문 고문을 대선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이해찬 후보를 지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 또한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상임고문 등 PK 출신이 아닌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박 위원장은 또 “치열한 경쟁을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를 내세워 국민적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안철수 원장이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면 우리가 양보해 어떻게든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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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