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입수한 영재고철 계좌 2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영재고철 계좌 거래명세.
2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영재고철’ 계좌 거래 명세에 따르면 2001∼2008년 이 계좌의 주인 박석재 씨(영재고철 실소유주인 박영재 씨의 동생)는 S자원, H산업 등 거래처와 수백만∼수천만 원대의 돈을 수시로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수백억 원의 입출금이 이뤄졌다고 밝힌 계좌에는 이달 19일 현재 805만3916원만 남아 있었다. 노 씨의 ‘비자금 저수지’ 의혹이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 한발 물러선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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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기존 태도를 뒤집으면서 이번 수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박 씨와 노 씨의 의심스러운 자금 거래를 규명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400여 차례에 이르는 입출금 명세를 모두 추적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계좌 추적이 마무리되는 대로 박 씨 등을 불러 노 씨가 비자금 관리를 맡겼는지, 자금세탁을 의뢰했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 ‘문제 계좌’ 직접 들여다보니
노 씨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영재고철 실소유주 박영재 씨는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있는 회사에서 동생 석재 씨 명의로 된 계좌를 동아일보에 공개했다. 검찰이 “2005년부터 2008년 5월까지 수백억 원의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이 있다”고 밝힌 그 계좌다. 이 계좌는 석재 씨가 2001년 3월 농협중앙회 진영지점에서 개설했다.
영재고철은 2005∼2008년 하루 평균 10∼20여 업체 또는 개인과 거래를 했다. 총 거래 횟수는 1만7000여 차례. 이 기간에 539억 원이 입금됐고 540억 원이 출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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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좌에서 건평 씨나 친인척, 측근 등의 이름이나 거액의 뭉칫돈은 없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난 거래 명부만으로는 금액이 건평 씨의 비자금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다. 계좌에 드러난 개인이나 업체 가운데 차명으로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언론에 공개한 계좌에서 건평 씨와 그 주변 인물, 또는 차명으로 된 사람 혹은 회사와 거래한 적은 단연코 10원도 없다”고 말했다.
○ 검찰이 의심하는 ‘2008년 5월 이후 거래가 왜 끊겼나’ 확인했더니
취재팀은 검찰이 ‘2008년 5월까지 (돈이) 계속 왔다 갔다 하다 이후 흐름이 끊겼다’고 밝힌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2008년부터 최근까지 거래 명세도 확인했다. 2007년까지 영재고철은 농협중앙회 통장을 사용했지만 2008년 1월부터 진영단감농협에 새 계좌를 개설했다.
박 씨는 “국세청이 개인계좌를 사용하고 있는 업체에 성실납세 및 성실신고를 위해 ‘사업용 계좌’를 개설할 것을 요구하면서 단감농협에서 ‘사업용 계좌’를 개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계좌를 확인했더니 예전 농협 계좌처럼 개인 및 업체와의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었다. 2008년 5월 이후에도 많게는 20차례 이상 출입금이 반복됐다. 이 계좌에서도 건평 씨의 측근 이름은 없었고 차명 여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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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