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체 조절력 약화되면 노안현상 시작
안경점을 찾은 최주봉 씨가 다초점 안경을 끼고 입체감 검사를 받고 있다. 노안이 찾아오면 정확한 눈 검사를 받은 뒤에 안경을 맞춰야 눈의 피로를 덜 수 있다. 다비치안경체인 제공
나이가 들면 찾아오는 노안을 안과 전문의도 막지 못했다. 그는 시중에 쏟아지는 각양각색의 안경 중 안과 전문의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완벽한 안경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획기적으로 노안을 교정해준다는 새로운 수술법도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 40대의 두통거리 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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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마찬가지로 노안은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노인성 질환과 달리 노안은 40세 전후에 시작해 60대까지 계속 진행되다가 더는 나빠지지 않는다. 노안은 각막의 형태와 수정체의 굴절력에 따라 정시성 근시성 원시성 난시성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시성 노안은 시력 1.0 정도의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이 가까운 물체가 잘 안 보이는 경우다. 젊었을 때는 눈이 좋았지만 노화에 따라 가까운 물체를 점점 보기 힘들어진다.
원시성 노안은 원래 원시였던 눈에 노안이 온 경우다. 선명하게 보이던 가까운 물체가 흐릿하게 보인다. 초점이 망막 뒤에서 맺히기 때문에 눈의 통증과 두통을 동반한다. 근시성 노안은 근시 안경을 쓰던 사람들이 겪는다. 노안이 진행되면 안경을 벗어야 글씨가 잘 보인다.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는 불편이 크다. 난시성 노안은 가까운 물체가 겹쳐 보이는 경우다. 두통과 만성 피로를 겪을 수 있다. 노안이 왔는데도 돋보기 없이 멀고 가까운 곳을 잘 보는 노인들은 선천적으로 각막의 굴절력이 좋기 때문이다. 수정체의 조절력이 떨어져도 각막의 굴절력이 높으면 가까운 곳을 볼 때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 돋보기의 진화, 맞춤형 다초점 안경
노안이 오면 많은 사람이 돋보기를 찾는다. 안과 의사들도 “자신에게 맞는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이 노안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시중에 나온 2만∼5만 원대의 돋보기안경은 양쪽 렌즈의 도수가 같다. 양쪽 눈의 시력이 다르다면 안과에서 시력을 측정하고 안경점에서 맞춰야 불편을 덜 느낀다.
돋보기는 오래 쓰면 눈이 쉽게 피로해지고 심하면 두통과 어지럼증이 생기는 단점이 있다. 썼다 벗었다 하는 생활의 불편도 뒤따른다. 또 40대나 50대는 돋보기안경을 쓰면 늙어 보인다는 선입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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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전문 기업 다비치안경체인 김인규 대표는 “다초점 안경을 맞출 때 개인의 동공 크기와 동공 간 거리, 안경의 경사각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안경사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개인 맞춤형 검안 측정기’를 도입해 세심한 눈 검사를 거쳐 개인 시력에 맞게 안경을 맞춰주는 안경점이 늘고 있다.
다초점 안경의 가격은 기능에 따라 10만∼150만 원으로 돋보기보다 비싸다. 김 대표는 “안경 기술의 발달로 시야가 비교적 넓은 보급형 안경도 40만 원대에서 20만 원대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초점 안경을 처음 쓰고 신문이나 책을 볼 때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것이 좋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고개를 평상시보다 더 숙여야 한다. 다비치안경 명동점 김송환 원장은 “다초점 안경에 완전히 적응하는 데는 일주일에서 두 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 최신 노안 수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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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수정체 삽입은 백내장을 동반한 노안 환자에게 주로 적용하던 수술 방식이다. 노화한 수정체 대신 기능성 인공수정체를 넣어 근거리와 원거리 시력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난시, 황반부변성, 당뇨 망막증 등의 안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을 받기 어렵다.
레이저로 난시를 교정하는 수술은 각막의 조절력을 높여주는 수술이다. 라식이나 라섹처럼 수술 기간이 짧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이 역시 최신 수술법이어서 평가가 엇갈린다. 레이저 수술을 받은 환자 사이에서도 “효과가 좋다”는 말과 “결과가 좋지 않다”는 말이 동시에 나온다.
주 교수는 “노안은 완벽한 치료가 어려운 만큼 각자가 처한 여건에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노안 ::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져 가까운 곳의 물체를 또렷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 40세를 전후해 수정체나 수정체를 조절하는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거나 수정체가 비대해지면 가까운 것을 볼 때 수정체의 굴절력이 떨어진다. 이럴 때 먼 거리는 잘 보이지만 가까운 곳에 있는 물체는 흐릿하게 보이게 된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