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경쟁력 특화시대… 창업 돕고 재활 지원음악 영재 육성하고 국민건강 캠페인도
사회공헌 활동에 재능기부의 의미가 더해지면서 기업들마다 자신들의 특성을 살린 나눔과 봉사의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일률적인 기부행위를 넘어서 기업과 사회가 진정 하나가 되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각 기업 제공
여기서 더 나아가, 직접 내 몸을 움직이고 시간을 들여 노동으로 봉사한 경우에는 기쁨이 커진다. 재능과 시간을 나눠준 나 자신이 오히려 조금이나마 구원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보람을 알게 된 사람의 관심은 그 뒤로 ‘얼마를 기부할까’라는 액수의 문제에서 ‘어떻게 사회에 내가 가진 것을 나눠야 할까’ 하는 방식의 문제로 옮아가게 된다.》
○ 다채로운 모습으로 ‘질적인 도약’ 이루고
최근 한국 대기업들의 사회공헌 모습도 이와 닮아가고 있다. 단순히 돈을 들여 사업을 벌이고, 불우이웃에게 지원금을 전달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시민’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던 단계를 지나 이제 ‘성숙한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공헌 방식의 문제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다. 그 결과 형태상으로는 굉장히 다채로운 양태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뤄지게 됐다.
금전 기부도 여전하지만 그 대상을 지역민으로 특화한다거나, 다양한 사회적 약자 계층을 상대로 일자리와 재능을 나눈다거나,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다거나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한다. 거대 기업이 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면서 동시에 계열사가 자신의 ‘기부 경쟁력’을 특화시키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이처럼 사회공헌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경영 비전을 선포하듯이 그룹의 사회공헌 헌장을 제정하거나 그룹 내에 사회공헌을 담당하는 위원회를 두는 기업도 많아졌다. 일부 기업은 어떻게 하면 좋은 사회공헌 활동이 될 것인지 성찰하고 연구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기업이 번창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하는 등 ‘사회공헌 인프라’를 개발하거나 은연 중에 기업들 간에 ‘사회공헌 콘셉트 경쟁’이 벌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한국 국경을 넘어 제3세계 국가를 향하는 등 질적으로뿐 아니라 양적으로도 팽창하고 있다.
○ 사회적 기업가 창업 도와 ‘기부 토양’ 조성
삼성그룹은 성균관대에 ‘사회적 기업가 창업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청년들에게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창업자금과 경영 컨설팅도 지원한다. 이 아카데미는 수강료가 전액 무상이며, 성균관대의 경영학·사회복지학 교수 외에도 삼성의 전·현직 직원이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한다.
2008년 ‘사회책임경영’을 선포하고 이듬해 ‘사회책임헌장’을 제정한 현대자동차그룹은 ‘무브’라는 사회공헌 사업체계를 세웠다.
이 시스템은 장애인 이동편의, 교통안전 문화, 자원봉사, 환경사업 등 4대 무브사업과 17개 계열사별 대표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자원봉사에 해당하는 ‘해피무브’ 분야에서는 ‘해피무브 글로벌 청년봉사단’을 조직해 매년 대학생을 1000명씩 세계 각지에 보내 봉사활동을 벌이고, 장애인 이동편의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이지무브’ 분야에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장애인 재활기구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식이다.
○ 콘셉트 잡고, 잘하는 일 특화해서 사회공헌
두산그룹은 그룹 차원에서는 연강재단을 사회공헌 활동 중심으로 삼고 교육 기부에 공을 들이면서 두산인프라코어가 전 세계 재난 현장을 돕게 하는 등 그룹과 계열사가 전공을 살려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사회공헌 활동도 친환경 분야의 사회적 기업에 포커스를 맞췄다. 전국 사회복지시설에 태양광 에너지 설비를 무료로 설치해주는 ‘해피 선샤인 캠페인’도 벌이는 중이다. 효성그룹은 문화예술을 사회공헌 활동에 접목하고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 걸맞은 중급 수준의 기술을 대학생 봉사단이 해외에서 보급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는 중이다.
중소기업에 수수료를 받지 않고 홈쇼핑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CJ오쇼핑의 ‘1사 1명품’ 프로젝트나, 한국유방건강재단을 통해 유방건강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는 아모레퍼시픽의 사회공헌 활동도 눈길을 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