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이 작곡만큼 힘들다…휴우…’
이단옆차기, 별들의전쟁, 코끼리왕국, 황금두현, 휴우….
가요계 트렌드에 관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이런 이름들을 들어봤을 가능성이 높다. 아들의 온라인 게임 아이디 같지만 요즘 작곡가의 예명들이다. 아이돌 그룹 음반 속지나 주말 가요프로그램에서 주로 맞닥뜨린다. 요즘 작사·작곡으로 빛 좀 보려면 노래 만들기에 앞서 '작명'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름만 보고 1명인지 2명 이상인지 알기도 힘들다. 이단옆차기는 박장근과 찬스라는 두 명의 작곡가로 구성된 팀이다. 최근 백지영이 3년 만에 댄스곡으로 컴백하면서 이들을 불렀다. 이들은 엠블랙, B1A4 등 아이돌 그룹의 곡들을 만들어주며 주가를 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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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명 트렌드는 게임 아이디 형과 분위기·포부 형으로 크게 양분된다. 신사동호랭이(이호양), 슈퍼창따이(김창대), 황금두현(김두현) 등은 본명을 활용한 경우다. 티아라의 '롤리폴리' '보핍보핍' 비스트의 '픽션'을 만든 신사동호랭이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거주 시 PC방에서 온라인 게임 아이디로 지은 이름을 따온 것. '유 고 걸'(이효리), '지'(소녀시대) 등을 만든 이트라이브는 '가요계에 전기 충격을 가져오겠다'는 뜻을 품었다. 카라의 '미스터' 등을 만든 스윗튠(김승수 한재호)도 팀명에 분위기를 내포했다.
곡 분위기에 따라 팀명을 바꾸기도 한다. 이단옆차기는 부드러운 음악을 할 땐 '우리형과내동생'이라는 크레딧을 올린다.
신사동호랭이는 "지금은 청담동으로 이사했지만 이름을 볼 때마다 작곡을 시작하던 초심을 기억한다"며 "신인 작곡가들의 작명 의뢰가 요즘 내게 많이 들어온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을 제시하며 적당한 이름을 부탁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