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연립정부 구성 실패… 유로존 붕괴 우려 가시화코스피 58P 폭락-환율 급등
그리스의 국가부도 임박과 유로존(유로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위기의 진원인 그리스에선 하루에만 1조 원이 넘는 예금액이 인출되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현실화됐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유럽 증시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16일 서울 증시는 코스피가 60포인트 가까이 폭락하고 환율이 10원 넘게 급등하는(원화 가치는 급락)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한국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동안 34조 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다만 16일 유럽 증시가 개장 초 나라별로 혼조세를 보이고, 미국 증시도 소폭 상승세로 출발하는 등 최근 급락 국면이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 그리스발 위기감 금융시장 강타
위기의 발화점은 15일(현지 시간) 그리스 정치권이 과반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했다는 소식이다. 현지 여론조사는 다음 달 17일 총선을 다시 하게 될 경우 좌파 시리자당이 1당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리자당은 유럽 각국이 그리스에 강제하는 긴축 조치에 반대하고 구제금융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구제금융 중단→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는 것이다.
▼ 한국 증시 가장 민감… 외국인 자금 이달 2조1700억원 이탈 ▼
그리스의 상황은 즉각 글로벌 증시를 얼어붙게 했다. 15일 유럽과 미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고, 16일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 대부분의 아시아 증시가 1∼3% 급락했다. 특히 한국은 외국인들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충격이 배가됐다. 1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58.43포인트(3.08%) 급락한 1,840.53에 거래를 마쳐 1월 9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6원 급등한 1165.7원에 마감됐다.
○ 유로존 붕괴 땐 충격 가늠 어려워
그리스 사태의 경로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스 국민들이 긴축을 싫어하면서도 유로존 탈퇴는 꺼리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어느 당이 집권하든 독일 등 유럽 각국과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지을 개연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 경제는 금융과 실물 양면으로 충격이 불가피하다. 유럽계 자금이 지난달부터 본격적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이달에만 15일까지 2조1700억 원의 외국인 자금이 증시에서 빠져나갔다. 외국인이 돈을 회수하면 국내 기업의 자금조달이 힘들어져 투자와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 이미 1분기에 전년 대비 17.7% 감소한 대(對)유럽 수출도 앞으로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17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유럽발 위기를 점검하기로 했다. 시장에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조치이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볼지 미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리스 상황이 어떻게 되든 당분간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실물경제에 부담스러운 시기가 앞으로 1, 2년간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