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더 작아지는 ‘우리들의 선생님’
김모 씨(23·여)는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를 보고 자라면서 자신도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었다. 김 씨가 교대에 합격했을 때 어머니도 무척 기뻐했다. 그러나 김 씨가 졸업반이던 지난해, 어머니는 “내 딸이 교사가 되는 건 싫다”며 대기업 취업을 권했다.
그 무렵 명예퇴직을 한 어머니는 “30년 넘게 교단에 몸담았지만 최근 3년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 아이는 물론이고 부모들마저 교사를 함부로 대한다. 지난해 학부모에게 멱살을 잡힌 뒤 교직이 싫어졌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우울한 자화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제31회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초중고교 및 대학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점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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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이 대를 이어 교사가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 이를 찬성한 응답자는 고작 23%. 57.6%는 자녀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2007년 조사 때만 해도 교원들은 자녀가 교사가 되는 것에 대해 76.9%(딸), 53.8%(아들)가 찬성했다.
교원들의 사기가 떨어진 이유는 뭘까.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꼽은 교원(29.8%)이 가장 많았다. 이어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22.6%)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21.1%) △학생의 교과지도 및 잡무의 어려움(14.0%) 순이었다. 교원 명예퇴직이 급증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도 ‘학생지도의 어려움과 교권 추락’(70.7%)이 가장 많았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