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갖고 있던 미국 추상화가 사이 트웜블리의 ‘무제(볼세나)’. 담보권을 보유한 하나캐피탈이 이 그림을 미국 뉴욕 경매에 넘겼다. 필립스드퓨리 홈페이지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경매회사 필립스드퓨리가 10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진행한 경매에서 트웜블리의 1969년 작 ‘무제(볼세나)’가 624만2500달러(약 71억1600만 원)에 낙찰됐다. 각종 수수료를 제하면 하나캐피탈이 경매로 받는 돈은 약 600만 달러인데 당초 기대했던 700만∼900만 달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하나캐피탈은 지난해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때 145억 원을 투자하면서 이 그림 외에 박수근 김환기 화백의 작품 4점, 미래저축은행 대주주 지분 54% 및 서초지점 건물 등도 담보로 잡았다. 하지만 다른 작품 4점은 감정가액이 합쳐봐야 약 25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담보도 후순위이거나 영업정지 처분으로 담보가치가 거의 사라져 트웜블리의 그림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경매에서 작품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리면서 하나캐피탈이 일부 투자 손실을 볼 개연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으로부터 담보로 잡은 박수근 화백의 ‘노상의 사람들’.
김 회장이 이 그림을 어떻게 갖게 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이 작품이 2004년 소더비 경매 때 290만 달러(약 33억 원)에 낙찰됐다는 기록이 있어 소유권은 이 시점이나 이후 김 회장에게 넘어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또 트웜블리가 같은 이름으로 그린 작품만 10점이 넘어 각 그림의 기원을 정확히 가려내기도 쉽지 않다.
볼세나의 원래 소유권자가 김 회장이 아닐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하나캐피탈 측은 “볼세나를 담보로 받으면서 이 그림이 김 회장의 소유라는 것을 미래저축은행과 서미갤러리 측으로부터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