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로딘 현악사중주단 내한 공연 ★★★★☆
보로딘 현악사중주단은 4일 생기 넘치는 연주와 새로운 해석으로 한국 관객을 매료시켰다. 고양문화재단 제공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과거에 비하여 스타일이 달라지긴 했어도 네 명의 구성원은 훌륭한 앙상블을 엮어냈다. 제1바이올린을 맡은 루벤 아하로니안은 활 전체를 낭비 없이 자재로이 사용하여 차진 톤을 자아냈다. 작년에 입단해 제2바이올린을 맡은 세르게이 로몹스키는 악기가 스스로 노래하는 것을 돕는다는 느낌을 줄 만치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비올리스트 이고리 나이딘은 사중주 음에 완전히 용해되는 포근한 소리를 들려줬다. 첼리스트 블라디미르 발신의 풍성한 저음도 붙임성 있게 다가왔다. 1부 프로그램은 차이콥스키 현악사중주 B플랫 장조와 현악사중주 1번. 오크 통에 담아 숙성한 고급 와인 같은 향이 물씬 풍겨 나오는 그윽한 연주였다.
하이든 현악사중주 작품33-6은 이 단체가 서유럽 사중주단과 흡사한 세련된 방향을 추구한다는 생각을 굳혀주었다. 낙낙한 하모니에 의해 홀 안의 공기가 따스한 온도로 데워졌다. 베토벤 대푸가 작품133에선 강한 추동력이나 격한 마찰감에 의지하지 않는 정제된 해석을 제시하여 놀라움을 주었다. 네 대의 악기가 열여섯 줄로 이루어진 하나의 현악기처럼 그 음향이 전후좌우로 촘촘하게 겹쳐졌다. 질문과 응답, 긴장과 이완,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 철인의 형이상학은 본연의 내적 논리를 타고 세포 분열하듯 장대한 다성 음악으로 발전해 나갔다. 대목에 따라 악센트 처리가 약해 교향악적 구도가 축소된 것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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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