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여행자 ‘한여름 밤의 꿈’ 한국 첫 런던 ‘글로브 극장’ 초청 공연
셰익스피어 원작을 한국적 몸짓과 선율의 음악극으로 풀어낸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이 4월 30일 한국 연극 최초로 셰익스피어 연극의 원형질을 간직한 글로브 극장 무대에섰다. 공연이 있던 날 4월 한 달 내내 내리던 비가 멈췄고 1300여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극단 여행자 제공
글로브 극장에서 지붕 없는 1층 무대 주변 관객 최대 700명은 비가 오면 고스란히 비를 맞으며 공연을 봐야 한다. 거의 매일 비가 내리던 런던 날씨는 30일 아침부터 눈부시게 반짝이더니 오후 7시 반 공연까지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2막 공연이 끝날 무렵에서야 비가 흩뿌리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페스티벌 개막 이후 8편의 공연 중 가장 많은 1300여 명의 관객을 모았다.
관객의 반응도 가장 뜨거웠다. 장면을 간단히 안내하는 자막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공연에는 해당 언어권 관객이 더 많았다. 이날 공연에선 서양 관객의 비중이 80%는 되어 보였다. 관객들은 요정 대신에 한국의 도깨비를 등장시킨 한바탕 난장을 콘서트 현장처럼 웃고 즐겼다.
광고 로드중
알렉스 황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페스티벌 참가작 중 가장 과감한 작품이었다. 그리스 국립극단의 ‘페리클레스’, 중국 국가화극원의 ‘리처드 3세’와 비교해도 관객과의 교감이 일품이다. 노천극장인 글로브 극장과 가장 어울린다”고 말했다.
극단 여행자의 ‘한여름밤의 꿈’은 원작의 장난꾸러기 요정들을 한국의 도깨비로 바꿔 해학적으로 풀었다. 극단 여행자 제공
이 페스티벌은 세계 37개 언어로 제작한 셰익스피어 연극 37편을 초청했다. 37이란 숫자는 진위 논란이 있어온 ‘두 귀족 친척’을 빼고 셰익스피어가 남긴 희곡 편수다. 리투아니아 네크로수스의 ‘햄릿’ 등 쟁쟁한 작품은 물론이고 뉴질랜드 마오리어 공연(‘트로일러스 앤드 크레시다’), 남수단의 주바 아랍어 공연(‘심벌린’)에 수화공연(‘사랑의 헛소동’)까지 포함됐다. 1일 한 차례 공연을 남긴 여행자의 ‘한여름 밤의 꿈’은 지난 10년간 24개국에서 공연을 펼쳐왔다.
::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
셰익스피어가 살아있을 당시인 1599년 지어져 셰익스피어의 대표작들을 공연했던 극장(3000명 수용)을 1997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극장. 3층으로 된 목조 구조물이다. 둥그렇게 뚫린 천장으로는 하늘이 쏙 들어온다. 1616년 런던 대화재 이후 초가지붕이 허용된 런던 유일의 건물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 시대처럼 무대세트나 조명, 특수효과 없이 배우의 연기로만 승부를 걸어야 한다. 1층 무대 주변의 입석(700명)과 그 뒤 지붕 아래 객석(800명)에 최대 1500명의 관객을 수용한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