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 그만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오른쪽)이 1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시티(맨시티)와의 방문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항의하는 로베르토 만치니 맨시티 감독에게 “불평을 그만하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뉴스
1989년 맨유는 맨시티의 안방에서 1-5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퍼거슨 감독은 “낙담한 상태로 침대에 누운 내게 아내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완전히 정신이 나간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난 팬들은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노래를 불렀다. 비난 속에서도 뚝심을 잃지 않은 퍼거슨은 이후 맨유를 이끌고 1999년 트레블(정규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리그 12회 우승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자연스레 팬들은 그에게 ‘이제 우리는 퍼거슨을 사랑한다(Now every single one of us, loves Alex Ferguson)’는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1일(한국 시간) 리그 우승을 놓고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린 경기에서 23년 전처럼 또다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맨유는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방문경기에서 0-1로 졌다. 양 팀 모두 리그 2경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승점 83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맨시티(골득실+61)가 맨유(골득실+53)에 골득실에서 앞서 선두를 탈환했다. 맨유로서는 사실상 자력 우승이 힘들어졌다. 양 팀이 남은 경기를 다 이긴다고 가정했을 때 맨유는 골득실 차를 극복해야 우승이 가능하다.
경기 후 퍼거슨 감독은 “맨시티 골키퍼를 위협조차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노장답게 우승 경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임이 남아 있는 한 끝난 것이 아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