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피살 넉달만에… 단속공무원 5명 폭행당해
어업관리단 역부족… 해경이 잡았다 30일 오후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서북쪽 56km 해상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 단속반원과 해경이 중국 불법조업 어선을 단속하고 있다. 해경 제공
고속보트 1척에 항해사 김모 씨(44), 항해원 화모 씨(32) 등 단속반원 6명이 승선했다. 무궁화 2호에 실린 고속보트는 1t으로 해경 고속단정(2t)에 비해 작아 최대 6명만 탈 수 있다. 김 씨 등은 25노트인 고속보트를 타고 이날 오전 2시 15분경 불이 꺼진 저위위윈 581호 선체 왼쪽 중간에 도착했다. 김 씨 등 5명은 저위위윈 581호로 올라갔고 단속반원인 또 다른 김모 씨(41)는 고속보트를 지켰다.
김 씨 등이 저위위윈 581호에 올라가 먼저 기관실에서 엔진을 꺼 선박을 정지시켰다. 무궁화 2호의 추격이 가능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후 조타실 문을 걸어 잠근 선장 왕모 씨(37)에게 문을 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조타실 왼쪽 입구에는 맹견이 풀려 있었고 오른쪽 입구에는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가 설치돼 있었다. 단속반원들이 승선할 것을 대비해 폭력으로 저항하려고 미리 준비했다는 분석이다. 김 씨 등이 조타실에 진입하려는 순간 왕 씨 등 선원 9명은 손도끼와 칼, 갈고리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이들은 곧바로 기관실을 점거해 엔진을 다시 가동해 도주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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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어선 무기들 목포해경 310함 대원들은 30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서북쪽 50km 해상에서 중국어선 단속 중 중국어민들이 휘두른 흉기를 공개했다. 목포=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항해사 김 씨는 중국 선원들과 몸싸움을 하다 헬멧이 벗겨졌고 그 순간 누군가 손도끼로 김 씨의 머리 뒷부분을 가격해 부상을 입고, 조모 씨(43) 등 2명은 찰과상을 입었다. 고속보트 2척에 탄 단속반원들은 이날 오전 2시 50분경 무궁화 2호로 모두 철수했다.
고속보트 단속반원들이 저위위윈 581호 선원 9명에게 폭행을 당한 것은 모선인 무궁화 2호의 지원을 받지 못해서다. 무궁화 2호가 지원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쉬움 그 자체다. 서해어업관리단의 주력 단속선인 무궁화 2호의 속력은 9노트에 불과했다. 32년 전 처음 배치될 때는 15노트까지 속력을 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화됐다. 하지만 최고 12노트인 저위위윈 581호는 빠르게 도주했다. 고속보트가 첫 승선조사를 실시할 때 무궁화 2호와 저위위윈 581호의 거리는 3km였다. 추격전이 시작되자 두 선박의 거리는 30분 만에 6∼7km로 벌어졌다.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의 평균 운항연도는 15년으로 대부분 노후화됐고 평균 속력도 15노트 수준이다.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은 평균 11노트의 속력을 낸다. 그러나 도주 과정에서 엔진에 이상이 생기더라도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아난다. 저위위윈 581호도 평균 속력이 7노트이지만 도주 과정에서는 12노트로 달아났다. 목숨을 걸고 도주하는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쫓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다. 단속반원들은 모선인 무궁화 2호처럼 평균 속도 이하인 어업지도선이 불법조업 중국 어선을 따라잡지 못하면 고립무원의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서해어업관리단 어업지도선 15척에는 직원 210명이 근무하고 있다. 단속반원의 장비도 3단봉이나 가스충격기가 고작이다. 정부는 인력과 장비를 보강하겠다고 밝혔으나 올해 직원 17명을 충원하기로 한 계획을 예산 부족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했다. 국회는 지난해 말 고 이청호 경사가 숨지자 불법조업 중국어선 단속·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배타적경제수역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8대 국회가 생명을 다하면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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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검복(防劍服)과 구명복 ::
방검복은 칼 등에 찔리거나 뚫리지 않도록 특수강으로 제조한 옷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1벌에 63만 원인 방검복 107벌을 단속반 대원에게 지급했다. 구명복(조끼)은 사람이 물에 빠졌을 때 몸을 뜨게 하는 역할만 있고 흉기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은 없다. 구명복은 1벌에 10만 원 수준이다.
목포=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