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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중학생 투신 이달만 세번째… “특단대책 세워야”

입력 | 2012-04-30 03:00:00

■ 학교폭력-신변 비관… ‘안타까운 모방’ 잇달아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들의 자살 사태가 잇따르는 가운데 신변을 비관한 여중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다. 전문가들은 또래 청소년들의 연이은 자살이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부르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가 우려된다며 10대들의 자살을 막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찰에 따르면 28일 0시 56분 대구 달성군 화원읍 자신이 거주하는 빌라 주변의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장모 양(15·중3)이 투신해 숨졌다. 장 양이 투신한 아파트 복도 벽면에는 “모두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장 양이 1년 전 부모가 이혼을 한 뒤 가정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친구들의 말 등으로 미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신한 아파트 주변과 집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가정 문제로 비관하다 충동적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양의 학교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지만 장 양이 학교폭력을 당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한 중학생 투신 사건은 최근 5개월새 벌써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권모 군(당시 15세)이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4개월 만인 올해 4월 16일 경북 영주시 휴천동에서 중학교 2학년 이모 군(13)이 투신자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군은 평소 동급생 세 명으로부터 강제추행과 폭행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열흘 뒤인 26일에는 대구 북구 동천동의 한 아파트 8층에서 중학교 3학년 천모 양(15)이 투신해 중태에 빠졌다. 공부가 힘들고 학원 동급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천 양은 다행히 화단의 나뭇가지에 떨어져 목숨을 건졌다. 대구에서 자살한 청소년은 2009년 9명, 2010년과 지난해 각각 8명으로 매년 평균 8, 9명 수준이었다.

10대들의 자살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0대 청소년의 사망 유형 중 1위는 자살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서울의 초중고교생 자살자는 101명에 달해 매달 2명꼴이었다.

청소년들은 감성이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해 주변인의 자살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근처럼 모방 자살의 징후가 나타날 경우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학교폭력이나 왕따뿐 아니라 다양한 이유로 심적 고통을 겪게 되는데 자살 외에 다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하는 게 문제”라며 “청소년들이 당면한 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성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훈진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언론매체 등을 통해 자살 사례를 많이 접하다 보면 힘든 상황을 벗어날 대책으로 자살을 먼저 생각하게 될 수 있다”며 “자살 가능성이 높은 청소년을 빨리 발견해 상담교사의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 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