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가택연금 시각장애 변호사 천광청 씨 탈출… 美 공관 보호
산둥 천씨 집 앞의 사복 공안 공안의 감시를 뚫고 탈출해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의 고향인 산둥 성 린이 시 둥스구 촌 입구에서 28일 사복을 입은 공안 요원들이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린이=AFP 연합뉴스
22일 산둥(山東) 성 린이(臨沂) 시 둥스구(東師古) 촌의 자택에서 탈출한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41) 씨는 29일 현재 미국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이날 보도했다. 천 변호사는 어린 시절 질병으로 시력을 잃고 독학으로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농민과 장애인의 권리보호 운동을 펼쳐 왔다. 4년 3개월에 걸쳐 징역을 살았고 2010년부터 가택연금 상태에서 집중 감시를 받아 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여러 차례 그의 석방을 중국에 요구하는 등 중국 인권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의 탈출과 미국 보호는 미중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재선에 도전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천 씨 편에 확실히 서지 않으면 자유와 법 수호자로서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국 모두 정치적 격변기인 데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를 실각시키고 권력투쟁설을 야기한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부시장의 미국공관 망명 기도 사건의 여파가 여전한 상태여서 이번 사건을 양국이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산둥 천씨 집 앞의 사복 공안 공안의 감시를 뚫고 탈출해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의 고향인 산둥 성 린이 시 둥스구 촌 입구에서 28일 사복을 입은 공안 요원들이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린이=AFP 연합뉴스
그가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경우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직후 미국대사관으로 피신했던 천체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 교수와 같은 폭발력 있는 사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까지 중국 반체제 인사가 주중 미국공관을 통해 망명한 사례는 팡 교수를 빼놓고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팡 교수는 미국대사관에 피신한 지 13개월 만에 미중 간 비밀협상을 통해 중국이 출국 허가를 해줘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었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천 씨 사건은 양국 관계에 매우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미국은 북한과 시리아 문제 등 각종 국제 현안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천 씨를 품에 안기도, 그렇다고 내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빠졌다. 중국도 망명을 허용하자니 미국의 아시아 귀환 등으로 이미 격앙된 내부의 강경 여론을 달래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외신은 인권단체들을 인용해 양국 고위인사가 이 사건과 관련해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천 씨가 미국 망명이 아닌 정상적인 생활을 원할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는 탈출 이후 미국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자신과 가족에 대한 박해를 고발하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에게 불법폭행 조사와 처벌, 가족의 안전보장, 부패척결을 요구했다.
산둥 천씨 집 앞의 사복 공안 공안의 감시를 뚫고 탈출해 중국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인권변호사 천광청 씨의 고향인 산둥 성 린이 시 둥스구 촌 입구에서 28일 사복을 입은 공안 요원들이 마을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다. 린이=AFP 연합뉴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