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견해차로 갈라서작년 병문안 계기 뭉쳐
포크 트리오 ‘자전거 탄 풍경’은 “TV 개그코너를 보면 웃긴 친구는 표현력이 뛰어나고 안 웃긴 친구는 아이디어가 빼어난 경우가 많다”며 “내가 다 웃기겠다고 하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예전엔 그걸 몰랐다”고 했다. 왼쪽부터 송봉주, 김형섭, 강인봉.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포크 트리오 ‘자전거 탄 풍경’(자탄풍·강인봉 송봉주 김형섭).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란 곡으로 2000년대 초반에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1년 1집 ‘자전거 탄 풍경’에 수록된 이 곡은 영화 ‘클래식’, 전지현이 출연한 카메라 CF 등에 삽입되며 당시 1년 내내 라디오 방송횟수 5위 안에 머무는 대히트를 기록했다. 음반은 10만 장 이상 팔려나갔다.
2년 뒤, 팀은 ‘나무자전거’(강인봉 김형섭)와 ‘풍경’(송봉주)으로 깨졌다. 음악적 견해차로 크게 싸웠다는 말이 들렸다.
개성이 화근이었다. 송봉주와 강인봉은 서로 자기가 쓴 곡을 타이틀로 내세우자고 우겼다. 사사건건 부딪쳤다. “팀보다 내가 튀는 게 중요했죠. 앙상블보다 ‘내 기타 솔로’ ‘내 보컬 애드리브’를 앞세웠고. 서로 ‘이 자식 놀고 있네 ’ ‘저 자식 또 저러고 있네’ 했죠. 말도 안 하고 속으로만. 그게 쌓여 병이 된 거예요.”(강인봉)
셋의 대(大)화해는 강인봉의 사고를 계기로 이뤄졌다. 지난해 4월 그가 공개방송 무대에서 실족해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뒤 ‘풍경’으로 활동하던 송봉주가 병문안을 왔다. “우리 다시 (같이) 해볼까?”라는 말이 나왔고 셋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에게 난…’을 쓴 봉주 씨는 멜로디 작곡이 발군이고, 형섭 씨 가창력은 최고죠. 저는 편곡 능력이 있고요. 그게 자탄풍이었죠.”(강인봉) “예전엔 다르다는 게 싫었지만 그건 최고의 장점이었어요. 분홍과 빨강은 거기서 거기지만 파랑, 노랑, 빨강은 배합에 따라 무궁무진한 색이 나오잖아요.”(송봉주)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었던 거죠.”(김형섭)
강인봉이 쾌유한 지난해 6월, 셋은 서울 양천구 목동 연습실에서 7년 만에 기타를 들고 만났다. 가장 먼저 맞춰 본 곡은 ‘너에게 난…’. 7년간 각자의 방식으로 불러와서일까. 앙상블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침묵만 흘렀다. ‘우리 자탄풍 맞아?’ ‘이거 어디서부터 맞춰야 돼?’ “지휘자가 필요할 지경이었죠. 끔찍했어요.”
‘그 시간들이 생각이 나서/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 거야/너 없는 세상이 두려워서 그랬던 거야/그래서 그랬던 거야…’(‘그래서 그랬던 거야’)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