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의 세창양행 앞에 모인 설립자 에드바르트 마이어(앞줄 오른쪽)와 회사 관계자들. 동아일보DB
한문으로 쓰인 카피는 모두 24행. 헤드라인은 ‘덕상세창양행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이다. ‘덕상’이란 독일 상사라는 뜻. 개화기 무렵에는 도이치(deutsch)에서 ‘덕’이라는 음을 따와 독일을 덕국(德國)이라고 했다. 광고를 보면 세창양행이 한국에서 사가는 물건에는 소, 호랑이, 말, 수달 가죽, 오배자, 동전 따위가 있다. 한국에 들여와 파는 수입품은 염료, 천, 허리띠, 서양 못, 램프, 성냥 같은 서양 물건이다. 세창양행은 오퍼상이었던 셈.
광고에 나타난 ‘자래화(自來火)’라는 성냥 이름이 재미있다. 부싯돌로 불을 붙이던 그 무렵, 스스로(自) 켜지는(來) 불(火)이라는 뜻의 브랜드 네임을 붙였을 것이다.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도 자래화가 인기였는데, 당시에 성냥이란 아찔할 정도로 놀라운 서양 문물이었으니까.
5월에 열릴 예정인 일민미술관의 한국광고 120년 전시회 주제도 ‘고백’이다. 지난 120년 동안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속삭여 왔는지, 그 아찔한 사랑 고백을 이 전시회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