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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끝날 때까지]‘왕따’도 일진도 “학교폭력 조사? 별 의미 없어 대답 안했죠”

입력 | 2012-04-21 03:00:00

■ 교과부 전국학교 ‘엉터리 전수 조사’ 논란




“이런 조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19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나온 학생들의 반응이다. 가해학생, 피해학생 모두 냉랭했다. 조사는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강제성이 없는 우편조사로 진행됐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일진 출신의 고교 2년생 2명과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렸던 중2, 중3 학생 등 4명을 20일 개별 접촉했다. 4명 모두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친구들에게서 집단따돌림을 당해 여러 차례 상담실을 찾았던 서울 A중학교 류모 양(15)은 “아무런 공지 없이 우편물만 왔는데 전혀 구체적이지 않은 설문으로 어떤 해결책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A중학교의 피해응답률은 20%대. 하지만 류 양은 “우리 학교에서 폭언 욕설이나 괴롭힘 등 이런저런 피해를 보고 있는 아이들이 절반은 된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일진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학교에 신고해 그 학생을 전학 보낸 경험이 있는 서울 B중학교 백모 양(14) 역시 “설문지를 받았지만 응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고 주변에서도 쓰지 않은 것 같았다. 우리 고민은 아주 구체적인데 조사는 너무 형식적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가 두 학생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양정호 교수는 “무기명 조사라 해도 피해가 심각한 경우엔 겁이 나 제대로 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해학생들도 이런 분석에 동의했다. 일진 출신의 서울 C고교 문모 군(17)은 “선생님에게 제대로 신고하지도 못하는 피해학생들이 이 조사에 응한다고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군은 “학교에서 얘기가 없었고 우편물도 설문기간이 지난 뒤 확인했다. 내용을 보니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 같아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 군과 같은 중학교 출신의 서울 D고교 이모 군(17)은 아예 우편물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했다. 두 학생 모두 “우리가 다녔던 중학교의 경우 50% 이상은 학교폭력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피해응답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보는 해법은 뭘까. 가해학생은 교사의 따끔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군은 “가장 싸움을 잘하는 ‘통’으로 아이들을 때리고 돈을 빼앗기도 했는데 학교에서 크게 제지받은 기억이 없다. 나중에는 뭔가 잘못하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없어질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문 군 역시 “중학교 2학년 때 ‘기절놀이’라 불리는 장난 도중에 친구가 다쳐 선생님에게 많이 맞은 기억이 있는데 이후로 그 일은 자제하게 됐다”며 “일상적인 학교폭력에도 강력히 제재한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학생은 또래와 상담교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 양은 “주변의 친구들과 상담하고 학교의 상담교사에게 상황을 털어놓으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신고’라는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신고를 해도 처음엔 교사들이 제대로 들어주지 않아 속상했다는 백 양은 “정부가 학교별로 상황을 조사한 후 선생님이 학생 한 명 한 명과 진지하게 상담하는 노력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건국대 교육공학과 오성삼 교수는 “전수조사에 집착하지 말고 표본조사를 통해서라도 신뢰도가 높은 자료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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