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인사동 ‘아리랑 가든’ 유재만 사장
《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는 문화계 ‘어른들’의 사랑방이 있다. 인사동 길 중간에 위치한 ‘아리랑 가든’. 150석 ‘ㄷ’자형 한옥으로 이뤄진 식당 외관은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 들어서면 한 시대를 주름잡던 그리운 얼굴들이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장면을 접할 수 있다. 》
“부모님과 아내만큼 특별한 분이죠.” 유재만 사장은 특히 작고한 타악연주가 김대환과 각별한 사이였다. 유 사장은 김대환박물관으로 운영되는 기념품숍 2층을 찾아 “매일 오전 돌아가신 형님께 안부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화예술인들이 이곳을 자주 찾는 것은 유재만 사장(64)과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예우회뿐 아니라 정지영 이장호 감독 등 중견 영화감독들도 단골이다. 첼리스트 장한나 씨부터 해금연주자 강은일 씨까지 손님들의 전공 분야도 각양각색이다. 유 사장은 “손님 하나가 한 곡조를 뽑으면 다른 방에 있던 손님들이 맞받아치며 식당 마당에서 한 편의 즉석공연이 연출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기념품 매장 ‘아리랑 명품관’도 운영하는 유 사장은 인사동의 30년을 지켜본 터줏대감이다. 지금의 기념품 매장 자리에서 1985년부터 ‘인사 슈퍼마켓’을 운영했던 그는 인사동에 터전을 두거나 전시회를 열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이 지내게 됐다. 고 천상병 시인은 매일 맥주 한 병을 그의 가게에서 샀고, 소설가 이외수 씨 등도 단골이었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뒤풀이를 할 때 술이나 먹을거리를 후하게 제공했지. 그게 다 단골 만드는 비결 아니겠어? 하하.”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