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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불황에도 강한 위스키와 뮤지컬의 매력은

입력 | 2012-04-20 03:00:00

매번 색다른 맛과 감동 주는 아날로그적 생동감이 꼭 닮아
‘맥캘란’김주호 대표와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교수 대담




맥캘란 수입사인 에드링턴코리아의 김주호 대표(왼쪽)와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싱글몰트 위스키와 뮤지컬은 딱딱한 일상의 긴장을 풀어줘 삶을 풍성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준다”고 입을 모았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위스키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어도 싱글몰트 위스키는 꿋꿋하게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싱글몰트 위스키는 6만862상자(1상자는 700mL짜리 12병)에 이른다. 2006년 판매량이 2만3730상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5년 만에 2.5배로 늘어난 것이다.

일반 위스키보다 가격이 비싼 싱글몰트 위스키가 큰 인기를 끄는 동안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는 티켓 한 장에 10만 원을 훌쩍 넘는 뮤지컬이 대세가 됐다.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연 싱글몰트 위스키와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싱글몰트 위스키 ‘맥캘란’의 수입사인 에드링턴코리아 김주호 대표와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라운지 바 ‘더 써클’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싱글몰트 위스키와 뮤지컬의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날로그적 매력 넘쳐


김주호 대표(김 대표)=
우리나라 술 문화가 몇 년 새 많이 변했다. 크게 취하지 않으면서도 입이 즐겁고 생각이 행복해질 수 있는 술을 찾는 이가 늘어났다.

과거에는 모두가 같은 술을 마시는 걸 당연시했지만 요즘은 한자리에 모여 앉아서도 각자 자신이 원하는 술을 주문하는 게 낯설지 않게 됐다. 또 예전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대신에 단 한 잔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마시려고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가 늘어났다. 싱글몰트 위스키가 잘 팔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원종원 교수(원 교수)=
인류 역사상 티켓을 파는 문화 콘텐츠 중에 가장 큰돈을 번 것은 ‘아바타’나 ‘타이타닉’이 아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지금까지 6조2000억 원을 벌었고 아직도 티켓을 팔고 있다.

언제든 볼 수 있는 영화와 달리 뮤지컬은 한 번 기회를 놓치면 같은 공연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같은 배우, 같은 무대라도 그 느낌은 매번 달라진다. 사람들이 킹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기어오르는 블록버스터 영화 대신 비싼 뮤지컬 티켓을 사는 것은 바로 그 같은 아날로그적 생동감 덕택이다. 맛과 향은 물론이고 마시는 장소와 분위기까지 모든 게 어우러져야 최상의 감동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는 뮤지컬과 닮은꼴이다.

김 대표=
정확한 지적이다. 같은 위스키라도 어떤 잔에 담아 어떤 방식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위스키의 맛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해 내는 일을 ‘퍼펙트 서브’라고 부르는 것이다. (술잔을 가리키며) 위스키 잔에 얼음을 이렇게 둥글게 깎은 아이스 볼을 담아놓고 술을 마시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도 공연장에 바 설치를

원 교수=
영국에서 유학할 때 뮤지컬을 보러 가면 공연장마다 바가 있어서 관객들이 휴식시간에 마실 술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휴식시간에 극장 로비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다가 남은 술잔을 들고 다시 공연을 보러 들어가면 입과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워지곤 했다.

국내에도 왔던 ‘태양의 서커스’ 공연장에는 5개의 천막이 있었다. 그중에는 ‘레드카펫’이라는 이름이 붙은 천막이 있었는데 VIP 관객들이 공연 전에 다과와 음료를 즐기며 공연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우리나라 공연장은 음식물 반입을 무조건 금지하는데 그게 옳은지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김 대표=
공연을 방해하는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엄숙함이 남아 있어서 그렇다. 흥이 나면 언제라도 박수 칠 수 있는 건데도 꼭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을 해야 박수를 치는 식이다.

싱글몰트는 그런 의미에서도 뮤지컬과 닮았다. 어두침침한 술집이 아닌 캐주얼한 장소에도 잘 어울리고 각자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술을 고를 수 있다. 날마다 마시기엔 비쌀 수 있지만 비싼 뮤지컬 공연처럼 꼭 원한다면 한 번쯤은 즐길 수도 있고 말이다.(웃음)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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