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창틀 매달려 “저기요, 저기요” 하다 추락여대생 목격자 증언… 학교는 “폭력서클 몰랐다”
친구가 떠난 자리에 남겨진 조화(弔花)를 보며 급우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해 16일 투신한 경북 영주 지역 중학생 이모 군의 교실 책상 위에 국화꽃이 올려져 있다. 영주=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채널A 영상]이 군, 마지막 순간 창틀 붙잡고 “도와달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 영주경찰서는 피해학생 이 군이 유서에 밝힌 폭력서클이 교내에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서클 단원들이 폭력을 휘두르거나 금품을 빼앗은 행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군의 휴대전화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투신하기 전인 오전 8시 50분경 J 군에게 ‘너 내 장례식장에 오면 죽일 거야 꼭’이라고 보낸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가해학생 J 군(14) 이외에도 또 다른 학생이 숨진 이 군을 괴롭히는 데 가담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J 군은 지난달 8일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를 괴롭히는데 ○○이가 웃으면서 도와줌”이라는 글을 올렸다. 또 “2분단에 맨 뒷자리 6명 진심 재미있어 함”이라고 올렸다. 또 다른 친구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린 글에는 “1학년 때 이 군을 괴롭히다가 이 군의 형이 ‘그러지 말라’고 해서 그만뒀다”는 내용도 있다.
○ 학교만 모르는 폭력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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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서클에 대해 상당수 학생이 알고 있지만 학교 측은 이날까지도 “폭력서클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가해학생 J 군은 1학년 때 학교폭력으로 4차례 반성문을 썼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모 교장은 “피해를 당하면 ‘교사에게 신고하라’고 공지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J 군은 경찰조사에서 “이 군이 괴로워하는 반응을 보이면 재미있었다. 그저 모든 게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할 정도로 자신이 폭력을 쓰고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용택 영주경찰서 수사과장은 “J 군은 조사 내내 반성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했다.
장례식이 열린 이날 이 군의 아버지(46)는 “큰아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잘 참고 있는 것 같은데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했다. 어머니(42)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눈물만 흘렸다. 오후 3시경 이 군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가 학교를 들르자 친구들은 두 줄로 서서 이 군의 ‘마지막 등교’를 함께 슬퍼했다. 이 군의 담임교사(36·여)는 “이 군이 상담을 요청할 만큼 믿음을 주지 못했던 같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 군은 이날 오후 5시 50분경 영주화장장에서 한 줌의 재로 이 세상과 고별했다.
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노인호 기자 in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