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 껴안고 여성들 팔짱끼고… 호전적 발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직설적인 선전선동술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차별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아버지가 은둔형 지도자였던 반면 아들은 활발하고 역동적인 면모로 젊은 지도자임을 부각하려는 뜻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이 15일 태양절 열병식에서 20분 26초 동안 대중연설을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김정일에게선 볼 수 없던 장면이다. 김정일이 대중 앞에서 공개 발언한 것은 1992년 4월 25일 인민군 창군 열병식에서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라고 한 6초짜리 한마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육성이 매체를 통해 보도됐지만 대중 연설도 아니었고, 북한 주민들에겐 방송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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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정은의 군부대 현지지도에서 나온 과격한 발언을 그대로 주민들에게 소개한 것 자체가 그의 공개연설을 예고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김정일은 ‘원수를 타격하라’ ‘수장하라’ 등 섬뜩한 표현을 직접 쓰지 않았다”며 “김정은의 호전성과 적극성을 모두 부각하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장병들을 껴안거나 자연스레 어울려 사진을 찍고 여성들과는 팔짱을 끼는 등 격의 없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멀리서 손을 흔들거나 도열한 장병이나 주민들 사이에 끼어 기념사진만 찍던 김정일과 사뭇 다른 스타일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아버지 장례식 때 영구차를 호위하며 뛰는 장면에서 시작된 김정은의 이미지 전략이 구체화돼 가고 있다”며 “선전선동술에 능한 북한이 김정은의 장점으로 ‘젊고 당당하고 활달함’을 찾아내 이를 강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