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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은 지금]中고교생 ‘지하철 애무 사건’

입력 | 2012-04-11 03:00:00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지하철. 교복을 입은 남녀가 서로 입을 맞추고 몸을 더듬는다. 급기야 남자가 여자의 가슴을 입으로 애무한다. 옆자리의 아저씨는 잠이 든 척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누구 하나 꾸짖는 사람이 없다.

지난 주말 중국 인터넷에 올라온 동영상의 일부다. ‘주링허우(90後·1990년 이후 출생자)들의 낯 뜨거운 연애행각’이라며 소개됐다. 현지 언론은 ‘지하철 츠루먼(吃乳門·가슴 애무 사건)’이라며 문란한 성 풍속을 개탄했다.

이번 사건은 최근 급속히 변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성 풍속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0일 공산당이 발행하는 잡지 ‘샤오캉(小康)’에 따르면 최근 전국 31개 성 1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 전에 성관계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71.4%에 달했다. 특히 온라인으로 추가설문을 한 결과 86.5%가 혼전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혼전 성경험 비중은 1989년 15%에서 1994년 40%로 증가한 뒤 이번에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세 차례의 설문조사에 모두 참여한 여성 사회학자 리인허(李銀河) 박사는 “다른 나라에서는 100년 혹은 200년에 걸쳐 일어났던 일이 중국에서는 20여 년 만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성 의식 변화는 개혁 개방 이후 급격히 유입되고 있는 서구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회 각 부문의 불균등 발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대학생이나 젊은 근로자들은 방값을 아끼려고 동거를 하는 게 당연시되고 있다. 내 일이 아니면 신경을 쓰지 않는 중국 특유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도 성 개방 풍조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젊은 연인들은 길거리는 물론이고 도로 중앙분리대를 따라 조성된 화단에서도 서로 엉켜 있는 등 대담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를 두고 공중도덕을 들먹이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성교육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공교육 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에서 성과 관련한 지식을 얻었다는 응답은 8.9%에 그쳤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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