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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 28년… 지적장애 40대, 어선서 한푼 못받고 강제노역

입력 | 2012-04-10 03:00:00

취업 미끼로 70명 합숙-임금갈취한 6명 체포




지적장애인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월급을 주겠다고 속여 외딴섬 양식장 근로자와 선원 등으로 취직시킨 뒤 임금을 빼앗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양경찰청은 9일 전북 군산시의 한 여관에 지적장애인 70여 명을 유인해 투숙시킨 뒤 이들을 남해안의 양식장과 어선 등에 강제로 넘겨 임금을 뜯은 혐의(약취 및 유인 등)로 총책 이모 씨(47)를 구속했다. 해경은 또 이 씨와 함께 지적장애인을 모집하거나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김모 씨(53) 등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해경에 따르면 이 씨 등은 1992년부터 전북과 전남지역 지적장애인과 노숙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일자리를 알선해 돈을 벌게 해 주겠다”고 속여 이 씨가 운영하는 K여관에 집단 투숙시켰다.

이 가운데 2004년 신모 씨(56)를 전남 목포의 한 어선에서 일하게 한 뒤 8년간의 신 씨 임금 9000여 만 원을 가로채는 등 지금까지 6명에게서 4억 원 이상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은모 씨(46)는 1986년 이 씨의 꼬임에 넘어가 지금까지 28년여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어선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8년부터 강제노동에 시달려 온 최모 씨(46)는 어선에서 작업하다가 다쳐 손가락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었지만 보험회사에서 지급한 보상금 1500만 원과 임금 4400여만 원을 모두 빼앗겼다.

해경은 이 씨 등이 강제로 장기 투숙시키며 감시해 온 피해자 100여 명 가운데 상당수가 강제노역에 따른 임금착취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채널A 영상] 지적장애인 착취한 이 모 씨, 자기 어머니가 하던 짓 그대로 했다

송창훈 광역수사1계장은 “이 씨는 지적장애인들 명의로 사망과 부상에 대비한 각종 보험에 가입한 뒤 보험금을 자신의 아들이 수령할 수 있도록 바꾸는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지적 연령이 낮고, 돌볼 가족이 없는 30여 명은 여관에서 허드렛일이나 막노동을 시키며 노예처럼 부려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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