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총기난사 사건 계기… NYT, 부실학교 실태 보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헌팅턴비치 시의 직업학교인 ‘라디오 & TV 방송 아카데미’는 지난해 9월 인가 유효기간이 만료됐지만 주 정부 ‘고교 졸업 후 교육담당부’의 홈페이지에는 인가 대학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다. 사진 출처 캘리포니아 주 ‘고교 졸업 후 교육담당부’ 홈페이지
그러나 이 학교가 주 정부에서 받은 인가는 이미 1년 전에 유효기간이 끝난 상태다. 퍼먼 씨가 졸업을 해도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기 힘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주정부 고등교육국 웹사이트에 인가받은 학교로 버젓이 올라와 있다. 퍼먼 씨를 포함해 50명의 학생이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이 과정에 다니고 있다.
한국계 미국 시민권자 고수남의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에서 허술한 직업학교 관리실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고수남에게 살해당한 오이코스대 간호사 과정 학생들처럼 주경야독의 삶을 사는 저소득층 이민가정 출신 젊은이들에게 전문 자격증 취득을 위한 직업학교는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티켓이다. 하지만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한 비인가, 부실 학교들이 늘어나면서 피해도 늘고 있다.
고수남이 다니다 중퇴한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의 경우 간호학과가 개설된 사립직업학교에서 2, 3학기의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국가간호사면허시험(NCLEX) 중 PN(Practical nurse) 부문에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가받지 않은 학교를 나오면 응시 자격조차 가질 수 없고, 다른 학교로 편입해도 학점을 인정받지 못한다. 다른 직업군의 사립직업학교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NYT는 이런 부실 학교들이 판치는 원인으로 주 정부 ‘고교 졸업 후 교육 담당부’의 관리 감독 부실을 지적했다. 이 부서 대변인은 “부실 학교들을 점검하러 다닐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불법 비인가 대학으로 적발되면 5만 달러(약 560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지만 2010년 10월 이후 단 2곳만 적발됐다. 그나마 적발된 학교들은 벌금도 납부하지 않았다.
NYT는 이번 총기 난사 사건이 터진 오이코스대의 경우 ‘고교 졸업 후 교육 담당부’의 인가를 받았지만 2010년 졸업생 48명 가운데 구직자는 16명이었다. 간호학과 졸업생 가운데 2011년 간호조무사시험 합격자는 41%였다. 이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오이코스대 김종인 총장(60)은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이코스대는 주 정부로부터 정규 대학으로 인가받은 학교로 학사에서 박사까지 학위를 수여할 수 있다”며 “하지만 다른 학교에서 오이코스대의 학점을 인정하지 않아 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 최근 1차 실사를 마치고 최종 실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터졌다”고 말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오클랜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