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對中교역 급증… 중개지 각광‘수쿠크법’ 통과되면 투자 더 활발해질 듯
4일 미국 시사주간 타임 인터넷판에 따르면 최근 홍콩에서는 이슬람 국가에서 온 사업가들을 위한 할랄 음식이 유행하고 있다. 할랄 음식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든 음식이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이슬람 국가 간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할랄 음식, 그리고 돼지고기를 넣지 않은 만두 등을 파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다. 돼지고기는 중국에서 널리 쓰이는 음식 재료지만 이슬람교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홍콩 관광청에 따르면 홍콩을 찾는 중동지역 여행객은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2010년 홍콩에는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과 식품점이 14개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그 수가 3배 정도로 증가했다. 홍콩의 유명 번화가인 침사추이 지역에만 정식 할랄 인증을 받은 식당이 13군데나 있다. 침사추이에서는 자국에서 판매하기 위해 중국 본토에서 만든 휴대전화를 대량으로 구매하려는 중동,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사업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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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에 있는 ‘중국-아랍투자진흥위원회’의 마훙젠 회장은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한 이후 중국과 이슬람 국가 간 무역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며 “서방의 비자를 얻기 힘들어진 이슬람 사업가들이 중국으로 떼 지어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에서 빈발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로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고 있는 점 역시 이슬람 국가들이 중국으로 향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 회장은 이슬람 국가의 자원과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이슬람 국가 간의 교류가 급증하면서 홍콩은 양측의 매개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음식과 같은 문화적 부문뿐만 아니라 이슬람 자본시장도 홍콩에서 형성되고 있다. 홍콩 금융서비스 및 재정국 대변인은 최근 “대규모 이슬람 자본시장을 발달시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홍콩의 이슬람 자본시장 형성은 2008년 홍콩 입법회(국회)에서 처음 논의된 후 홍콩의 주요 과제로 인식돼왔다. 여기에는 ‘수쿠크’라고 불리는 이슬람채권 발행도 포함된다.
수쿠크는 이자 취득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특정 자산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을 배당금의 형태로 지급한다. 한국에서도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2009년부터 기획재정부 주도로 수쿠크의 투자 수익에 대해 이자와 똑같이 인정해 이중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추진됐었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준다는 기독교계의 반발로 지난해 2월 국회 통과가 무산된 뒤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