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지금은 아니다”할때 “알짜는 지금이 팔때” 역발상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던 2009년 상반기. KAMCO는 알짜 매물 중 하나인 대우인터내셔널을 M&A 시장에 내놓으려다가 내외부의 거센 반대에 부닥쳤다. KAMCO가 투자은행(IB)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구했더니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는 답변만 나왔다. 금융위기 때문에 M&A 시장은 얼어붙어 있었다. 매물이 나오면 관심을 갖는 구매자가 많아야 가격도 오르고 서로 경쟁을 할 텐데 시장 상황이 너무 불확실했다.
하지만 당시 KAMCO의 생각은 달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KAMCO가 꾸준히 관리를 해오면서 사상 최고 수준의 재무적 성과를 냈다. 무역 중개업무를 위주로 하는 다른 종합상사와 달리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등 자원 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고 있었다. 당시 KAMCO의 경영진은 시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매물 자체가 좋고 M&A 경험이 풍부한 KAMCO가 나서면 다른 대형 매물이 주춤하는 사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KAMCO는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9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의 M&A를 시작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만인 2010년 9월 대우인터내셔널은 3조3724억 원에 포스코에 팔렸다. KAMCO의 대우인터내셔널 M&A가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 ㈜대우의 적절한 기업 분할
DBR 그래픽
○ 전략적인 매각 시기 선정
KAMCO는 M&A 시장 침체기에 매각을 진행하면 오히려 시장을 선점해 성공적인 매각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전격적으로 매각을 진행했다. KAMCO 측은 “대우인터내셔널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 다수의 대형 계약이 동시에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전략적인 매각 시기 선점이 성공적인 매각 여건 형성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밝혔다.
○ 공동 매각 주간사회사 선정
KAMCO는 메릴린치와 삼정KPMG를 대우인터내셔널의 공동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했다. KAMCO가 매각 주간사회사를 국내 한 곳, 해외 한 곳의 컨소시엄 형태로 구성한 이유는 첫째, 매각 주간사회사 간 경쟁과 상호보완 효과를 도모하고 둘째, 국내 업체들의 M&A 역량을 제고하며 셋째, 해외 투자자에 대한 마케팅 대응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인수에 적극적인 포스코에 필적하는 롯데그룹 컨소시엄의 입찰 참여를 성사시키면서 공동 매각 주간사회사 선정은 매각 흥행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 다양한 M&A 기법 고려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당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이철휘 전 사장(왼쪽에서 세 번째)과 포스코 정준양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하며 악수하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제공
KAMCO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중요 사항들은 항상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해왔다. 이 같은 노력과 대우그룹의 우수한 인력 덕분에 대우인터내셔널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09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약 11조1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미얀마 지역의 해상광구에서는 운영권자 지위를 확보하는 등 자원개발 분야에서도 능력을 발휘했다. 이런 대우인터내셔널의 높은 가치 덕분에 KAMCO는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었다.
○ 공익성을 우선한 매각 방식 추구
KAMCO M&A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공적 자금 회수의 극대화다. KAMCO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통해 약 1조6100억 원을 회수했다. 대우인터내셔널에 대한 종전의 원리금 회수 등 기회수 금액을 합치면 모두 2조2500억 원에 이르며 이는 대우인터내셔널에 투입된 공적자금 3870억 원 대비 581%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02호(2012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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