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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고뇌는 느껴지지만 개성은 미흡

입력 | 2012-04-03 03:00:00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첫 무대 ★★★☆




총 32곡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를 시작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이번 무대는 내 표현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아트센터 제공

긴 여정에 나서는 마음이 바빴던 걸까.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객석의 박수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김선욱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의 첫 무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젊은 연주자의 패기에 음악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날 공연은 전석 매진이었고 6월로 잡힌 시리즈 두 번째 공연도 LG아트센터 1100여 석 가운데 벌써 600석 이상이 판매됐다.

김선욱은 2006년 18세 때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회 40년 역사상 최연소, 아시아인 최초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정상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이 이어지고, 대중적인 인기도 뒤따랐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를 1번부터 차례로 연주한다. 관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열정’ ‘월광’ ‘비창’ 같은 잘 알려진 소나타와 덜 알려진 소나타를 섞어 프로그램을 짜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 그는 “베토벤을 이해하는 데 있어 피아노 소나타는 큰 줄기를 이룬다. 젊은 베토벤이 쓴 초기 소나타부터 귀가 들리지 않는, 나이 든 베토벤이 쓴 후기 소나타까지 하나의 틀로 이해하려면 번호 순서대로 연주하는 게 좋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김선욱의 베토벤 소나타 1∼4번은 베토벤 탐구에 고심한 흔적은 엿보였으되 개성을 또렷하게 드러내진 않았다. 20대의 베토벤이 지닌 혁명성과 새로움을 한껏 끌어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전체적인 조화를 꾀하기보다는 세부적인 부분에 더 중점을 둔 듯싶었다. 베토벤 초기 소나타의 생동감과 혈기, 나긋나긋함과 진지함을 좀 더 대범하게 표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음악평론가 박제성은 “4번 2악장에서 베토벤의 내면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김선욱만의 분절과 톤을 찾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남은 일곱 차례의 공연에서 김선욱의 베토벤이 어떻게 변모해 갈지 궁금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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