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이진원 옮김/·555쪽·2만2000원·김영사
2002년 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 동아일보DB
경제학은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가정 아래 인간의 경제 행위를 분석하는 학문, 즉 비실험과학으로 존재해왔다. 경제학은 실험이 아니라 현실세계를 압축적으로 표현한 데이터와 수식, 그리고 통계로 현상을 분석한다. 그러나 심리학자인 카너먼 교수는 다양한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미래가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없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인간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경제학 이론이 실제와는 괴리가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 손님이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미터기 요금이 100원 올라갔는데 기사가 100원을 깎아주면 속으로 기뻐하겠지만 100만 원짜리 모피코트를 살 때 점원이 100원을 깎아주겠다고 하면 오히려 불쾌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는 똑같은 100원인데 말이다.
저자는 빠르게 생각하는 자아를 ‘시스템 1’, 느리게 생각하는 자아를 ‘시스템 2’로 명명하고 인간이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시스템 1이 범하는 오류와 편향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수합병 뉴스가 나오면 인수에 나선 기업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대개 기업인들은 자신이 다른 기업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는데 인수합병 기업의 주가 약세는 그들의 생각만큼 그 기업이나 경영자들이 유능하지 못하다는 ‘교만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 1의 오류, 편향, 그리고 착각을 어떻게 해결하고 줄일 수 있을까. 저자는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직관적 사고, 과신, 극단적 판단, 오류 등에 빠지기 쉽다고 자기고백 식으로 말하고 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최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에 대한 대중교양서의 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책이 출간됐다. 한국 출판계에 행동경제학의 붐을 일으킨 이가 이 책을 내놓은 카너먼 교수일 것이다. 가장 인기 있는 가수가 마지막에 등장하듯 그도 지금에야 대중교양서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경제 주체 안에 있는 전혀 다른 두 자아를 잘 분석해낸 ‘생각에 관한 생각’이 그의 학문적 깊이와 지향점을 체험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길 기대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