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그의 밑에 새로 배치된 직원은 놀랍게도 그 회사의 부장이다. 사장은 둘이 잘 알아서 업무를 나눠 맡으라 한다. 당신이라면 상사인 부장에게 어떤 일을 맡길 수 있을까. 업무 분담은커녕 상전을 모셔야 하지 않을까.
시트콤 같은 상황이 실제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육 당국이 학교폭력 해법이라며 내놓은 복수담임제 이야기다. 개학한 지 한 달이 지난 요즘, 복수담임제가 적용된 전국의 중학교 2학년 담임 중 상당수는 ‘죽을 맛’이라고 토로한다.
광고 로드중
서울의 한 중학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이 학교는 2담임이 심층지도가 필요한 학생의 생활지도를 분담하기로 했다. 5월로 예정된 수학여행 준비를 시작하면서 여기저기서 갈등이 불거졌다. 일진처럼 심층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은 학교 밖에 있을 때 더 세심한 지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2담임들은 수학여행 같은 행정업무는 1담임의 업무라며 손을 놓고 있다. 한 1담임은 “아이들 사이에서 일진은 2담임이 관리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오히려 일진들이 1담임을 무시하는 부작용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돈 문제로 교사들끼리 감정을 다치는 일까지 생긴다. 담임을 맡으면 월 11만 원의 수당이 나오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2담임이 수당만 챙긴다며 못마땅해하는 1담임들도 있기 때문이다. 2담임을 맡은 한 원로 교사는 “젊은 선생님들이 ‘거저 받는 돈이니까 아이들 간식이나 사시라’는 식으로 말해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는 복수담임이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당초 목적에는 부합하지 못하면서 교사들 간에 감정의 골만 키운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29일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교육감 중 일부는 복수담임제 때문에 학교가 파행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당국은 복수담임제가 잘 정착되고 있다며 통계만 늘어놓는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94%의 학교가 복수담임제를 실천하고 있고, 이 학교들은 100% 자율적으로 업무 분담 방식을 정했다고 홍보했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장이 친한 부장교사들을 고려해 그들 위주로 업무 분담 방식을 정해버리고, 교사들 사이에 1담임 기피 현상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늘 “현장 착근”을 부르짖는 교육 공무원들이 숫자 놀음에서 벗어나 진짜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방증이다.
김희균 교육복지부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