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넘어 미래를 보고싶다
이윤택 극작·연출가
여기에다 발 빠르게 진행된 21세기 대중 미디어 사회로의 진입은 정부의 권위와 중심성을 약화시켰다. 국제 경쟁사회 속에서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은 코리아란 국명을 떼어내 버리고 독자적인 경영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21세기 젊은 전위들은 대중문화와 스포츠에서 코리아의 국격을 기대 이상으로 높인다. 그러나 대중 미디어가 주도하는 국제적 개방사회는 국가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민족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 언제부턴가 정부와 정치권은 21세기 다원화 국제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로 소외돼 버리는 것이다.
국가의 통제력이 힘을 잃고 문화공동체로서의 민족 개념이 불분명해지는 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선의 가치 기준이 모호해지면서 제 살길 제가 찾아서 각개 약진하는 현상은 일시적인 자율성과 국제 경쟁력을 높여 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추락하는 중산층과 대량 청년실업 사태가 두드러지는 현상은 미래를 결코 낙관적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직장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종이 과학자 사업가 정치가 등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초등학교 교장과 공무원이라는 통계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안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세계인가를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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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택 극작·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