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버지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내를 억지로 설득하여 아파트로 모신 지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애들도 꽤나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오줌 냄새를 치우기 위하여 나는 서둘러 아버지의 바지를 벗긴 후 세탁기에 넣었지만 그 일이 있은 얼마 후 아버지는 결국 요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나는 뒤를 돌아보던 아버지의 표정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말입니다. 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시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식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놈은 다름 아닌 개였습니다. 이놈이 아무데나 똥을 누면 집사람과 애들은 휴지로 바닥을 싹 닦고서는 찝찝해 하는 그놈에게 목욕을 한 번씩 시켜줍니다. 그리고 목욕 후에는 “배고프지” 하면서 그놈이 좋아하는 음식을 갖다 줍니다. 근데 아무도 이 일에 찡그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까지도 말입니다. 너무나 일상이 되었으니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놈하고 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아무런 인연이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피를 나눈 아버진 나를 키우기 위해 참으로 온갖 고생을 다하며 살아 오셨고 너무나 힘든 일들이 많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오르고 ‘잘 있어라’는 듯 요양원에 가실 때 아버지의 그 표정이 다시 한 번 떠오릅니다.
오늘 새벽 운동을 나가는데 정규직도 아닌 청소부 아저씨가 청소차 뒤에서 온갖 악취를 맡으며 차에서 내려 그야말로 지저분한 쓰레기들을 담고서는 다시 그 차 뒤에 위험하게 타며 다른 곳으로 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자기 의지로 일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일을 하고 사는구나, 일을 하는 힘든 대가로 사는구나…. 한편으로 고마움도 느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동물 사랑이고 어디까지가 인간 학대입니까? 동물 사랑으로 고기까지 먹지 말아야 하는 인간 학대가 되어야 진정으로 동물 사랑을 이루는 것일까요? 자연 사랑으로 채소도 먹지 말아야 하는 인간 학대가 돼야 자연 사랑을 이루는 것일까요? 다시 한 번 요양원으로 가던 아버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는 날입니다.
장영호 치과의사·경북 칠곡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