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무용 ‘반란’ ‘당신들의 방에서’ ★★★★☆
왼쪽부터 ‘당신들의 방에서’. ‘반란’. LG아트센터 제공
남자 무용수 7명이 펼치는 ‘반란’(2006년 작)과 남녀 무용수 11명과 연주가 5명이 함께 펼치는 ‘당신들의 방에서’(2007년 작)는 세계 무용계에 호페시 셱터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이다.
‘반란’은 무대 뒤쪽 한 줄의 조명이 객석을 향해 빛을 비추는 가운데 안개 속에서 남자 무용수 7명이 전의(戰意)가 뚝뚝 묻어나는 전사들처럼 성큼성큼 무대 앞쪽으로 걸어 나오며 시작한다. 그 몇 초의 첫 장면이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어찌나 강렬한지 순간적으로 숨을 멈추게 되는 정도였다.
‘반란’이 군대처럼 규율이 엄격한 전체주의적 세계에서 개개인이 힘을 합쳐 집단 저항에 나서는 모습을 주요 줄기로 형상화했다면 ‘당신들의 방에서’는 기쁨, 절망, 소외감과 외로움 등 개인적 차원의 감정부터 사회와 우주의 혼돈과 무질서로까지 맥락을 무한 확장시킨다.
표정 없는 무용수들이 몸의 움직임만으로 감정과 이야기를 이토록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공연 곳곳에 위트와 유머까지 심어 놓았다. 무용수들이 정교한 패턴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무질서의 상황을 표현하는 ‘당신들의 방에서’의 군무도 압권이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