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세계 4강… 그녀들의 스톤, 평창에 닿다女컬링 메달은 못 땄지만 ‘올림픽 메달’ 희망 키워모텔서 자고 밥 시켜먹으며 평창의 꿈 향해 성큼성큼
1월 초 태릉빙상장에서 만났던 여자 컬링 대표선수들. 고된 훈련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그들이 캐나다 레스브리지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기적적인 4강을 이뤘다. 왼쪽부터 이슬비, 스키퍼 김지선, 신미성, 이현정, 김은지.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올 초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훈련이 한창이던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 점심시간이 되자 막내 김은지(22)가 배달식사 주문을 받았다. 당시 선수들은 일명 ‘촌외훈련’을 하고 있었다. 올해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 때문에 선수촌이 꽉 차는 바람에 인근 모텔에서 묵으며 훈련장을 오가고 있었다.
선수촌에서 나오는 고단백 식사는 언감생심이었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자주 먹는다는 ‘특제 볶음밥’을 추천했다. 인근 분식집에서 배달해 온 특제볶음밥은 엄청난 양에 큼지막한 돈가스가 얹혀 있었다. 일반인인 기자는 먹다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었던 곳은 라커룸이었다. 모텔에서 자고 라커룸에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으면서도 선수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한번 해 보자”는 분위기가 충만했다.
○ 코리아는 도깨비 팀
한국은 26일 열린 3, 4위전에서 캐나다에 6-9로 패해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기적의 4강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말 현재 대한컬링경기연맹에 등록된 선수는 남녀를 모두 합쳐 671명이다. 초중고교 학생까지 모두 더한 수다. 이 정도 선수를 보유한 나라가 세계 4강에 들었다는 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도깨비 같은 팀이었다. 세계랭킹 12위 한국은 18일 세계랭킹 1위이자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스웨덴을 9-8로 꺾었다. 그것도 최종 10엔드에 3점을 얻어 대역전승을 거뒀다. 컬링의 특성상 한 엔드에 3점을 얻는 건 무척 이례적이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거칠 게 없었다. 20일엔 컬링 종주국 스코틀랜드를 7-2로 꺾었고 21일엔 밴쿠버 올림픽 동메달 팀 중국마저 눌렀다. 25일 플레이오프에서 이겼던 캐나다를 이튿날 3, 4위전에서 만나 패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 소치를 향해, 평창을 향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2014년 소치 올림픽 출전권을 걱정하는 처지였다. 최소 8강에 들어야 안정적으로 출전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9포인트를 얻음으로써 한국 여자 컬링은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을 게 확실시된다. 평창에서 열리는 2018 올림픽에서의 메달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현재 국내에 컬링전용경기장은 태릉과 경북 의성 등 2곳밖에 없다. 2017년 충북 진천에 경기장이 들어서지만 훈련을 하기에는 너무 늦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가 열리기 3주 전부터 현지로 날아가 전지훈련을 했다. 얼음 적응이 관건인 컬링에서 그 전지훈련이 없었다면 한국의 기적적인 4강도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