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이런 정서가 사법부의 판단으로까지 연결되는 것 같다. 식품사범에 대해 우리 법률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가하게 돼 있지만 90% 이상이 벌금형 약식명령에 그친다고 한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위해식품의 제조 및 유통에서 시작해 사법부의 가벼운 선고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문제는 우리나라 특유의 음식에 대한 관념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문화와 정서의 문제가 아닌 위생관념과 공공보건의 문제, 아니 생사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위생관념의 문제라고만 보는 것은 식품사범에 대한 문제를 가볍게 치부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이런 잘못된 생각이 결국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2009년 여름 우리는 신종 인플루엔자 때문에 얼마나 고통을 받았던가. 당시의 위생 문제에 대한 민감함과 경각심을 음식 문제에도 가져야 한다. 우리는 흔히 ‘음식 장난’이라고 표현하지만 그것은 결코 장난이 아니라 ‘먹거리 범죄’다. 따라서 음식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풀어버린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식품범죄 문제가 이처럼 심각함에도 식품에 대한 위해행위가 범죄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 규범학적인 측면에서 이것은 식품범죄가 형법이 아닌 식품위생법에 의해 행정벌로 처벌되고 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이에 식품범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형벌을 부과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분명 있으나 무분별한 특별법의 제정은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그에 앞서 현행 법령을 통한 확실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실제적인 처벌이 없다면 ‘7년 이하의 징역, 1억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강력한 규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이 식품에 대한 위해행위가 범죄행위이며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라는 인식의 확산이 요구된다. 사회 전반으로 이런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우리나라에서도 멜라민분유 같은 테러행위에 가까운 식품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