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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택현, 41세 다시 밟은 마운드…가슴이 찡

입력 | 2012-03-22 07:00:00

마운드에 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한 류택현(LG). 마흔을 넘긴 나이, 수술 후 667일 만에 복귀한 류택현의 이야기는 드라마, 그 자체다. 스포츠동아DB


올드보이 류택현 ‘감격의 마운드’

667일만에 실전등판 1이닝 무실점
‘될까?’ 의문이 ‘되는구나!’ 확신으로
김기태 감독도 뭉클…“가슴 찡했다”

야구 포기하는 선수들 그리고 구단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 됐으면…


“일찍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나 쉽게 선수를 포기하는 구단들이 저를 보고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LG 류택현(41)은 나이 마흔에 토미존서저리를 받았다. 코치로 전향하라는 권유도, 수술을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왠지 지금 유니폼을 벗고 다른 일을 시작하면 그 일에 집중하지 못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도저히 이대로는 끝낼 수 없어 미국으로 건너갔고, 수술 후 젊은 선수들도 힘겹다는 기나긴 재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그는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전지훈련이 진행된 사이판으로 넘어가 보름의 유예기간을 얻어냈다. LG 김기태 감독이 “(보류선수공시일인) 1월 31일까지 네가 해보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며 기회를 준 것이다. 뭔가를 보여주기에 짧으면 짧다고 할 수 있는 15일간. 그러나 그는 해냈다. 젊은 선수 못지않은 열정으로 선수명단에 당당히 이름 석 자를 올렸다.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어요. 2007년 타이틀을 땄지만 개인적으로는 2009년이 가장 좋았거든요. 주위에 절 말리는 사람이 많았는데 저는 수술 후에 힘든 재활을 소화할 자신이 있었어요. ‘마운드 한번 밟아보고 그만두자’는 생각으로 버텼고요.”

간절한 소원은 이뤄졌다. 그는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범경기 7회 마운드에 올랐다. 뿐만 아니다.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건재를 알렸다. 김 감독이 “마음이 찡했다”고 할 정도로 뭉클한 장면이었다.

“설레었죠. 긴장도 되고.(웃음) 제 실전등판이 667일 만이라면서요? 올라갈 때는 ‘될까?’ 싶었는데 내려오면서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뿌듯했습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술 후 6개월간은 왼쪽 팔이 올라가지 않아 한 손으로만 세수를 했다. 팔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공을 던질 엄두라도 낼 텐데 매일같이 ‘내가 왜 수술을 했을까?’라는 후회와 ‘할 수 있을 거야’라는 희망 사이에서 혼돈의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이겨내고 그토록 바라던 마운드에 올랐다.

“제가 바라는 건 하나예요. 저를 보고 야구를 일찍 그만둬버리는 선수들이나 선수를 쉽게 포기하는 구단들이 한번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대개 구단은 나이로 선수를 보는데, 나이가 아닌 그 선수가 과연 팀에 필요한지, 아닌지를 봐주셨으면 하거든요. 제가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네요.”

잠실|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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