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무명선수들 보석으로 다듬은 한국인 스승 있다… 오창석 백석대 교수 케냐 현지서 마라톤캠프 운영,키코리르-테이멧도 발굴 ‘코리안 드림’ 기회 줘“가능성만 보고 받아준 대회 사무국에 감사할 뿐”
케냐의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왼쪽)가 18일 2시간5분37초로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오창석 백석대 교수에게 달려가고 있다(왼쪽 사진). 케냐에 ‘코리안 드림’을 심어주고 있는 오 교수(가운데)가 레이스를 마친 뒤 숙소인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엘리자 무타이 코치(왼쪽), 에루페와 ‘최고’가 되겠다며 엄지손가락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케냐의 마라톤 메카 엘도레트와 나이로비에서 훈련 캠프를 운영하는 오 교수는 케냐 선수들에게 ‘코리안 드림 전도사’로 통한다. 기록이 좋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들을 가능성만 보고 훈련시켜 한국에서 꿈을 펼치도록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에루페도 3년 전 오 교수를 만나 마라톤에 입문했고 지난해 초 열린 몸바사 마라톤에서 2시간12분47초로 우승하며 마라톤에 데뷔했다. 지난해 10월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9분23초로 정상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고 이번 대회에서 국내 처음으로 2시간6분 벽을 무너뜨리며 세계적인 선수로 떠올랐다.
18일 35km까지 페이스메이커를 하며 2시간5분대 기록을 이끈 폴 킵케모이 키코리르(케냐)와 2010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6분49초로 국내 대회 첫 2시간6분대 기록을 낸 실베스터 테이멧(케냐)도 오 교수의 제자다. 테이멧도 2시간10분이 넘는 선수였다 2008년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9분53초로 우승하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2년 뒤 서울에서 ‘일’을 내며 떠올랐다.
오 교수는 “사실 내가 데리고 있는 케냐 선수들은 잠재력만 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은 유명 에이전트들이 싹쓸이하고 있어서다. 또 이들을 한국에 데려오는 이유는 다른 대회에서 2시간10분이 넘는 선수들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있는데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서울국제마라톤 사무국에 고맙다. 안 받아도 되는 선수를 가능성을 보고 계속 받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케냐에선 서울국제마라톤의 인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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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마라톤은 관리가 중요하다. 케냐 선수들이 신체적으로 타고난 측면도 있지만 초원과 흙길을 달리며 다치지 않는 훈련을 한다. 우리 선수들은 재능이 뛰어나고 가능성도 있는데 자주 다친다. 너무 욕심을 내며 무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