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돌린 소비자… 그 발길 못잡은 재래시장
11일 오전 아들 간식거리를 사러 전북 전주시 덕진구 롯데슈퍼 인후점을 찾은 심모 씨(36)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전주의 대기업슈퍼마켓(SSM)은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 휴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 전주시 덕진구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전모 씨(40·여)는 집 근처 GS슈퍼마켓에 갔다가 허탕을 치는 바람에 시장에 갈치와 건어물을 사러 왔다. 그는 “재래시장을 살리려고 마트들이 문을 닫는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도 고객 편의를 위해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롯데슈퍼 인후점에는 오전 10시부터 30분가량 약 20명의 소비자가 왔다가 발길을 돌렸다.
1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전주시내 SSM 18곳이 강제휴무를 실시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들렸다. 홍보 부족으로 소비자들은 SSM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재래시장 상인들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광고 로드중
대형마트보다 앞서 ‘매’를 맞게 된 SSM들은 첫 휴무 전날인 10일은 매출이 평소보다 5∼15% 늘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울상이었다. 전단,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으로 토요일과 월요일에 쇼핑할 것을 유도했지만 홍보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10일 물량을 평소보다 10∼20% 늘렸던 GS슈퍼마켓 서곡점은 통상 오후 7시에 시작하던 딸기 ‘떨이 행사’를 오후 5시부터 시작하기도 했다. 유영기 롯데슈퍼 전주1지구장은 “일요일 휴무로 매출이 약 8% 줄어들면서 전주시내 5개 직영점에서 25명가량을 구조조정하게 생겼다”고 전했다.
SSM의 강제휴무에도 11일 재래시장은 추운 날씨만큼 한산했다. 여느 일요일처럼 상점 5곳 중 1곳은 문을 닫았다. 전주시내 모래내시장과 남부시장 등은 25일을 시작으로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에 할인행사를 열 계획이다. 그러나 상인들은 매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면서도 할인행사에 참여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11일 오후 전북 전주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완산구 남부시장. 상인들은 이날 SSM 강제 휴무 때문에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전주=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심규문 전주시 지역경제과 유통업상생담당은 “소비자들이 깔끔한 환경에서 ‘원 스톱 쇼핑’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지만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