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전 뇌중풍 ‘무진기행’ 김승옥 씨 등단 50년… 필담 인터뷰
올해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설가 김승옥은 1964년 발표한 대표작 ‘무진기행’에 대해 “고2 때 경험한 첫사랑을 모티브로 쓴 소설”이라며 웃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소설을 발표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출간을 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문학에 대한 생각을 하고는 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결국 다 똑같습니다. 소설은 결국 신과 악마를 다루는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종교와 문학은 차이가 없습니다. 도스토옙스키의 문학도 결국은 기독교 문학입니다.”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의 전집 기획(열림원이 상반기 출간 예정)에 도움을 주셨지요.
“다자이 오사무는 유물론에 심취했다가 결국 신에 귀의한 작가입니다. 나와 공통점이 있지요. 당시 시대를 잘 이해하는 번역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원로 문인인 이호철, 전규태를 번역가로 추천했습니다.”
―집필을 하고 계십니까.
1977년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서울의 달빛 0장’의 원제는 ‘서울의 달빛’이었다. 하지만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이 작품은 연작으로 쓰는 게 맞으니 0장을 붙이는 게 좋겠다”고 권해 제목을 바꿨다. 30년 넘어 후속편이 마련되는 셈이다.
―작업은 얼마나 하시는지요.
“오전 2시에 자서 7시나 8시에 일어납니다. 가끔 그림도 그립니다. 컴퓨터로 씁니다. 많게는 하루 12시간 합니다. 인터넷도 하니 글 쓰는 시간이 그만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새 작품을 언제쯤 볼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김승옥은 큰 목소리로 “천천히, 천천히”라고 말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냐’고 되물었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설가 김도언과 김승옥(오른쪽).
“무진은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지역입니다. 제가 고2 때 한 살 연상의 여성을 사랑했지요. 무진기행은 그 여성과 결별한 뒤 제 첫사랑의 느낌을 모티브로 쓴 소설입니다. 제 고향인 순천이 배경이라면 배경이지요.”
기자가 “김도언 씨가 최근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전하자 김승옥은 “좋지, 좋지”라며 밝게 웃었다. “황순원과 김동리도 시를 썼다”며 후배의 도전을 응원했다.
김승옥은 1시간 반 동안 이어진 인터뷰의 대부분을 자신의 신앙과 선교 계획을 밝히는 데 할애했다. 특히 스리랑카에서 선교를 펼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등단 50주년을 맞은 문단은 그를 기리는 책 출간과 낭송회 준비로 바쁘지만 김승옥은 문인보다는 신앙인의 삶에 애착이 커 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