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스마트폰과 일상양기 빨아들이는 스마트폰…“反생명적 흐름을 끊어라”
자, 이 대목에서 한번 물어보자. 그럼 몸은 대체 어디 쓰는 거지? “팔다리도 필요 없다”, “근육과 뼈도 필요 없다”, “손가락마저 필요 없다” 그럼 이 사지육신은 대체 뭘 하란 말인가? 그저 주야장천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으란 말인가? 오, 그런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사람들은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혹은 잠들면서도 스마트폰이 쏟아내는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느라 익사하기 직전이다. 가히 오매불고, 주야불고, 생사불고(?)의 경지다. 이쯤 되면 헷갈리기 시작한다. 사람이 스마트폰을 쓰는 건지 스마트폰이 사람을 부리고 있는 건지, 혹은 사람이 정보를 검색하는 건지 정보가 사람의 마음을 ‘서치’하는 건지. 정보와 욕망의 혼연일체! 단언컨대, 어떤 독재자도, 어떤 자본가도 감히 이런 수준의 세뇌를 시도하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이제 자기에게 유용한 정보를 검색하는 게 아니라, 검색을 하기 위해 유용성을 만들어낸다. 왜? 달리 할 일이 없으니까. ‘스투피드(stupid·어리석은)한’ 너무나 ‘스투피드한’ 일상!
▶[채널A 영상] “스마트폰 잡으면 밥도 안 먹고…” 인터넷·게임 심취한 아이들
광고 로드중
세상만사 그렇듯이 결국 공짜는 없다. 자본주의가 피와 살육으로 얼룩진 ‘원시적 축적’을 통해 탄생했듯이 디지털 혁명 또한 몸의 소외와 생명력의 박탈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이제 와서 거꾸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 ‘반생명적’ 흐름을 넋 놓고 따라간다는 건 실로 ‘스투피드한’ 짓이다. 적어도 끊임없이 ‘혁신’을 외쳐대는 스마트폰의 진군 앞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몸이야!”
고미숙 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