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주어 강좌 개설후 몽골-티베트어 가르치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2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문화학교에서 김경나 단국대 몽골연구소 연구원(오른쪽)이 ‘고전 몽골어 강독’ 강좌를 진행했다. 청나라 역사를 연구하는 외국인과 언어학을 공부하는 연구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2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한국학관 지하 1층 강의실. 아라비아숫자 ‘3’을 세로로 연결해 놓은 듯한 문자들이 칠판을 채우고 있었다. 암호문 해독 수업 같은 인상을 풍기는 이 강좌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문화학교(교장 우응순)가 지난달 개설한 ‘고전 몽골어 강독’. 고전 몽골어는 13∼17세기 몽골지역에서 쓰인 언어로, 러시아어의 키릴문자로 표기하는 현대 몽골어와 많이 다르다.
현대어도 아닌 고전 몽골어에 관심을 보인 사람은 12명. 언어학 역사학 불교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매주 금요일 오후 두 시간 동안 공부에 열성을 쏟는다. 동국대에서 불교를 공부하는 박서연 씨는 “티베트불교가 몽골지역에 전래되면서 고전 몽골어로 된 불경도 많이 만들어졌다”며 “불경의 비교 연구를 위해 고전 몽골어로 된 불경을 직접 읽고 싶다”고 말했다. 몽골 역사서인 ‘몽골비사’를 공부하려는 역사학자, 고전 히브리어 등 고어(古語) 연구에 관심을 둔 언어학자도 강좌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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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희귀 언어 강좌가 개설된 것은 원문 자료를 직접 해독하려는 갈증 때문이다. 특히 만주어와 고전 몽골어 강좌는 한족이 아니라 북방민족의 시각에서 중국사를 새롭게 인식하려는 흐름을 확산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만주어 사료를 직접 연구하는 이선애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인문한국(HK) 연구원은 “청(淸)을 건국해 중국을 다스린 만주족은 일반 문서는 만주어와 한문으로 같이 썼지만 주요 기밀사항은 한족들이 알지 못하도록 만주어로만 기록했다”며 “중국 베이징 쯔진청(紫禁城) 안에 명·청대의 사료를 보관한 ‘제1역사당안관’에는 청나라 군사·정무의 최고기관인 군기처(軍機處)의 자료 등 만주어 문서가 많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