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물가 상승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라는 경제 외적인 원인에서 발생한 데다 정부 개입을 통한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을 가속화할 수 있어 정부로선 손발이 묶인 형국이다. 아직은 삼중고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3고 현상’이 점차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정부 대응이 때를 놓치면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 원화가치, 유가 거침없는 상승세
2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5.5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보였다. 1월 9일 기록한 연중 최고점(1163.6원)보다 50원(4.1%)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그만큼 원화가치가 빠르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투자은행(IB)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돼 연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040∼107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원인만 보면 긍정적 신호지만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 상품의 국제가격을 높여 수출에 부담을 주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킨다. 실제로 1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 감소했고, 그 영향으로 무역수지는 20억3300만 달러 적자를 냈다. 2월엔 수출이 회복되고 무역수지가 21억98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고삐 풀린 듯 상승하고 있다. 2일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2.25달러로 지난해 말 104.43달러보다 17.1% 상승했다. 2월 중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으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였지만 공업제품은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4.7%나 올랐다.
○ ‘신(新)3고’ 조짐에도 정부 대응 난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유류세 인하 압력이 강해지고 있지만 유류세를 깎아줄 경우 소비가 더 늘고, 관련 세수(稅收)는 급감할 수 있어 섣불리 카드를 꺼내 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물가에 대해서는 알뜰주유소 확대, 설탕 직수입 등 대응방안을 내놓지만 가격 상승 자체를 멈추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고 환율 하락을 계속 용인하다가는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무역수지가 더 나빠질 수 있다. 게다가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양적완화 등에 나서면서 원-엔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일본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환율과 관련해 어떤 카드도 내놓기 어려운 ‘정책 함정’에 빠진 상황”이라며 “4·11총선 전까지 이런 기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