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가슴 찡한 일상 담아
어디서나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남편과 아내는 “세상을 떠날 때도 동시에 가야 한다”고 서로 다짐했다. 조아 제공
28일 오후 서울의 한 극장. 자신들의 소소한 일상을 큰 스크린에 비춘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을 감상한 부부는 감격에 찬 표정이었다.
남편 조 씨는 ‘꿈속에서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는 시청각장애인이다. 어릴 적 척추를 다친 김 씨는 키가 남편의 허리를 조금 넘는 지체장애 3급이다. 영화를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남편에게 아내는 87분 상영시간 내내 점화(點話·점자를 손등에 찍어 대화하는 방식)로 영화 내용을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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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대에 다니는 남편을 다른 사람 손에 등교시킨 아내가 안절부절못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조 씨의 시적인 내레이션은 관객의 귀를 맑게 한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은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엄지 공주’와 ‘눈 먼 시인’의 사랑 이야기는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영화는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다큐멘터리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이 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의 수상이다. 외신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순간과 유머로 가득 찬 영화다” “조용하지만 사랑스럽고 강렬하다”고 극찬했다.
▶본보 2011년 11월 28일자 A31면 ‘달팽이의 별’ 암스테르담 다큐영화제 대상
이 영화를 연출한 이승준 감독은 “제목은 ‘시청각장애인은 달팽이 같다’는 조 씨의 글에서 따왔다. 장애인 소재 영화는 무겁다는 편견을 깨고 어른의 동화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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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