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고 나라살림이 팍팍해지면 사회 각 부문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효율성을 높이는 건 기본에 속한다. 정치 부문도 예외일 수 없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정치가 이런 노력을 선도해야 한다. 일본은 국회의원 세비(歲費)를 8% 삭감하고 중의원 정원을 480명에서 395명으로 감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정치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국회는 그제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갑·을로 나눠 1석씩 늘리고 세종특별자치시에 1개의 독립 선거구를 설치하되 경남과 전남의 선거구를 1곳씩 줄이는 19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의결했다. 지역 선거구가 1곳 늘어나는데도 비례대표 의석은 그대로 유지해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수가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어난다. 여야의 이해 충돌로 인구수를 감안한 선거구 조정이 난항을 겪자 총선 일정 차질을 우려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런 내용의 중재안을 냈고, 여야가 냉큼 받아들였다. 19대 국회에 한해 300명을 뽑기로 한 것이지만 1948년 제헌국회 이래 유지된 국회의원 수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깨졌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다.
한국은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인구가 16만2000명인 데 비해 미국은 70만 명, 일본은 26만 명이다. 우리 국회의원 수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국민 정서로 봐도 줄이는 게 좋다. 국회의원 1명에게 4년간 약 32억 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세계 경제위기의 와중에 우리 국회의원들은 세비를 올리고 보좌진을 6명에서 7명으로 늘렸다. 국회의원을 그만둬도 65세가 넘으면 매월 120만 원의 연금을 받는다. 국민의 부담과 고통은 안중에도 없는 제 잇속 챙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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