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산업부 기자
맥스웰 교수의 ‘철물점 실험’에서 최근 우리 사회의 거품 가격 논란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공정성 기준에 어긋나지 않으면 가격을 문제 삼지 않는다. 심지어 불편도 감수한다. 백화점의 수입 명품숍 앞에 긴 줄을 서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불공정하다고 느끼더라도 사회적으로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으면 이를 감수하는 착한 심성도 갖고 있다.
하지만 폭설 속 철물점의 가격 인상처럼 사회적 공정성에 어긋나는 행위에는 분노가 폭발한다. 특정 지역에서 더 비싸게 판다거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를 기만한다고 생각하면 더 격렬하게 반응한다.
가격 논란의 중심에 선 한 기업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 생산 구조, 원가 등을 설명해도 믿지 않으니 양치기 소년이 된 느낌”이라며 “도대체 비싸다는 기준이 무엇이냐”며 억울해했다.
담합 등의 불공정 거래가 없었는데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빗발친다면 기업들은 과거의 행적을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공정성의 덫을 헤쳐 나오는 해법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명성과 ‘이 회사는 절대로 속이지 않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믿음뿐이다. 비싼 값을 받아도 평소에 명성과 신뢰를 쌓아놓은 기업에는 소비자의 분노가 덜 향한다.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는 정부의 감시자 역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기업들이 가격을 줄줄이 내리고, 시장이 좌지우지되는 건 건강하지 못하다. 가격을 잡겠다고 칼자루를 잡고 휘두르다보면 사회적 공정성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시장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다.
“오래된 옛날 공정한 가격을 완성한 유토피아가 있었다. 이곳에서 가격은 모든 기업의 평균 생산비용에 표준 마진이 추가된 금액에 따라 결정됐다. 생산비는 달라도 가격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구매자들은 생산자의 회계장부를 검토하고 가격 결정에도 참여했다.”
박용 산업부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