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23일 국내 최초로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미나토은행, 쓰쿠바은행 등 일본 6개 금융회사와 210억 엔(약 2961억 원) 규모의 닌자론 계약을 했다. 그간 사무라이본드(외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엔화로 발행하는 채권) 발행에만 의존했던 금융권의 외화 조달 방식이 이번 기업은행의 닌자론 성공으로 다변화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기업은행의 닌자론 대출 금리는 1년 만기의 50억 엔이 3개월 리보+1.0%, 2년 만기의 160억 엔은 3개월 리보+1.1%다. 비슷한 규모와 만기의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때보다 발행금리가 0.3%포인트 정도 낮아 수십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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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의 닌자론 성공은 외화자금이 필요한 다른 은행에도 응용할 만한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권은 지난해 8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풍부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라”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주문에 따라 자금줄이 말라붙은 유럽 및 미국 대신 자금 사정이 좋은 일본 시장에서 외화를 조달해 왔다. 외화 유동성 위기에는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었지만 일본으로 자금 수요가 한꺼번에 쏠리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치솟은 것이 문제였다. 최근 한 시중은행이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려다 발행 금리가 너무 비싸 포기할 정도였다.
한국의 대(對)일본 차입금은 2010년 말 147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현재 202억 달러로 1년 새 약 60억 달러(37%)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외화 차입에서 일본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12.9%에서 15.9%로 높아졌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닌자론 ::
여러 금융회사가 공통의 조건으로 대규모 금액을 빌려주는 중장기 대출인 ‘신디케이티드 론’의 한 형태. 일본 금융회사들이 일본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원하는 해외 기업에 내주는 대출로 이름에 일본의 상징인 ‘닌자’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