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구진, 시베리아 동토의 열매 개화 성공 영하 7도 지하 땅굴서 발견…세포조직 배양해 싹 틔워
러시아 연구진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시베리아 툰드라(영구 동토층) 지하에서 3만2000년 동안 얼어있던 열매로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고 외신들이 20일 일제히 전했다.
연구진이 꽃을 피운 열매는 땅속에서 저장된 상태에서 발견돼 싹을 틔운 식물 중 가장 오래된 사례로 기록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최고(最古) 기록은 2006년 이스라엘 연구진이 마사다 지역에서 채취해 발아시킨 2000년 전의 야자 씨앗이었다. 꽃의 경우에는 중국 과학자들이 1300년 된 연꽃 씨앗으로 꽃을 피워낸 것이 최고였다.
씨앗과 열매가 발견된 지층은 대형 포유동물의 뼈들이 묻혀 있는 땅의 아래쪽에 있었다. 축구공 크기의 굴 안에는 마른 풀과 동물의 털 등이 깔려 있었다. 땅다람쥐가 먹이를 저장하기 위해 지표면 바로 아래에 판 땅굴들이 지각 변동 등으로 지하 깊숙이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된다. 열매 등이 발견된 땅굴 속의 온도는 평균 영하 7도였다.
연구진은 씨앗으로부터 여러 차례 싹을 틔우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씨앗이 아닌 열매 속에서 추출한 세포 조직을 배양액에서 키워 싹을 틔웠고, 이 싹을 일반 토양에 옮겨 심어 꽃을 피우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 식물이 석죽과에 속하는 ‘실레네 스테노필라’로 오래전 멸종됐지만 계통상 현재 툰드라 지역에 자생하는 꽃과 가까운 친척관계라고 설명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고대 생물을 현재에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의 버포드 프라이스 교수는 “전 세계에는 북부 알래스카와 캐나다를 비롯해 많은 동토층이 있다. 러시아 연구진이 살려낸 이 식물은 불가능해 보였던 연구의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