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로서 마음의 병 외면할 수 없어”15억 기부해 작년 8월 두리사랑상담센터 설립방문자 절반 학교폭력 관련
청소년 아동 심리 상담과 치료를 하고 있는 두리사랑 심리센터를 광주 상무지구에 설립한 아이퍼스트 아동병원 박종 원장.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사단법인 두리사랑심리상담센터는 최근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나 피해 학생은 물론이고 가족의 방문이 부쩍 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 상담센터는 한 달 평균 아동·청소년과 가족 200명 정도가 찾는다. 박병훈 상담실장(49)은 “6개월 전 상담센터가 막 문을 열 당시 학교폭력 상담은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상담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순이(가명·19·고3) 양도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당한 뒤 공황장애를 겪고 있다. 순이 양은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여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상황이다. 또 수희(가명·17·고1) 양도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우울증을 앓아 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센터는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 건물의 4, 5층 1157m²(약 350평) 공간에 들어서 있다. 방 28개는 아동·청소년 심리 상담과 함께 미술 음악 언어 놀이 연극 등을 통한 치료용으로 이용한다. 상담센터 직원 16명은 석·박사학위에 상담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이다. 6월에는 정신과 의사 2명이 상담센터에 합류한다. 상담·치료를 하면서 실비 정도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수익금이 생기면 제2, 3의 상담센터를 설립하는 데 쓸 계획이다.
상담센터는 광주 아이퍼스트 아동병원 박종 원장(51)이 23년간 진료하며 모은 15억 원을 기부해 지난해 8월 설립됐다. 소아·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박 원장은 아동·청소년들의 폐렴 등 육체적 질병은 치료하지만 마음의 병을 고치지 못하는 것을 늘 안타까워했다. 그는 2009년 광주지역의 한 고교 교장이 “학교폭력 피해자나 가해 학생들을 집단상담할 치료를 할 기관이 없다”고 호소하자 상담센터 설립을 결심했다. 마음의 병으로 시달리는 아동·청소년들의 영혼을 맑게 해주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다.
전남 목포 출신인 박 원장은 고교 3학년 시절 체육교사가 돼 낙도의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부친의 사업 실패로 1981년 서울지역 사대 대신 전남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 재학 6년 내내 등록금을 간신히 낼 정도로 힘들게 생활했다. 학창시절을 어렵게 보낸 탓에 마음의 병으로 갈등하는 아동·청소년들을 보면 돕고 싶어했다. 치과의사인 박 원장의 부인(49)과 자녀 2명도 상담센터 설립에 힘을 보태는 데 동의했다.
박 원장은 “사회지도층이 기부를 많이 해 전국적으로 아동·청소년 대상 민간 상담센터가 더 생겨났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돈을 더 모아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